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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hilological Research on the Way of Medical Study of ShangHanLun

『상한론(傷寒論)』의 의학연구방식에 대한 문헌학적 고찰

  • Lee, Soong-In (Dept. of Herbal Formula Sciences, College of Korean Medicine, Dongshin University)
  • 이숭인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방제학교실)
  • Received : 2014.09.22
  • Accepted : 2014.11.13
  • Published : 2014.12.31

Abstract

Objectives : ShangHanLun is a clinical guideline, and its core is in the part of Six-meridian Diseases. In recent philological sutdies, independent textual analysis of Shanghanlun is essential to define the scope of research. Methods : By the textual study, I defined the Shanghanlun clinic model. And I researched about medical range of Shanghanlun, and relations between Shanghanlun and JinGuiYaoLue, and between Shanghanlun and Huangdineijing. Results : In six topic sentences, the word '-之爲' means 'a process'. In provisions following topic sentences, the word '者' means 'a person'. So Shanghanlun is describing processing factors of Six-meridian Diseases and related human changes with clinical therapy. In the philological studies, meaning of '傷寒' was possibly just the 3rd provision of the greater yang disease part. Practically Shanghanlun's study range is over the concept of Cold damage today. Additionally Jinguiyaolue deals diseases, but Shanghanlun deals human. Gangpyeong-Shanghanlun's phrases can be separated into five part, and oldest part is independent of Huangdineijing. Conclusions : So we need to set a new and independent clinic model of Shanghanlun to verify it. The Shanghanlun's clinic model has a 3 steps. 1st step is to find 6 type defined symptoms, which act as processing factors of Six-meridian Diseases. 2nd step is to confirm a human changes after a Disease appeared. 3rd step is to treat a patient as a provision suggests. Philologically Shanghanlun's clinic range is not limited by the word '傷寒'. And many concepts in Shanghanlun should be independent of Huangdineijing.

Keywords

Ⅰ. 서 론

『傷寒論』은 서술구조상 한의학 最古의 임상지침서로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六經 또는 三陰三陽을 중심으로 脈과 證을 처방과 연결시킨 이론과 진단, 처방의 연결체계도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1). 그래서 이러한 평가를 중심으로, 『傷寒論』연구는 내재되어 있는 이론체계인 六經과 三陰三陽의 실체에 대한 연구가 오래도록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하여 三陰三陽을 經絡, 臟腑의 병으로 인식하거나, 本草, 地面說 등으로 이론 체계화하여 각각의 辨證에 따라 『傷寒論』의 처방을 사용하는 방식의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이러한 방식의 연구들은 대체로 『黃帝內經』, 『難經』 등을 중심으로 전개된 다양한 문헌과 주석가들의 이론을 차용하여 『傷寒論』을 해석하는 연구방법2)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방법과는 대조적으로 일본에서는 의학연구에 있어 道敎, 元氣, 陰陽, 五行, 五臟, 相生相剋 등에 관련된 이론을 배제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결국 三陰三陽의 실체나 六經의 체계를 부정3)하고 『傷寒論』 처방내의 약물의 효능을 중심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한 『藥徵』이 저술된 바 있으며, 『傷寒論』의 조문을 腹部에서 나타나는 症候로 해석하여 腹診을 중심으로 처방을 응용하는 임상체계를 완성시킨 바 있다. 이러한 연구는 유모토 큐신(湯本求眞), 오오츠카 게이세츠(大塚敬節), 야카즈 도우메이(矢數道明) 등의 의사들을 거쳐 현재는 일본 고유의 한의학적 학문체계를 이끌어 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후시수(胡希恕), 펑스룬(馮世綸) 등이 『黃帝內經』의 이론체계를 통한 『傷寒論』 해석을 배제하고, 『本經』과 『傷寒論』을 대표서적으로하는 경방의 연구체계의 핵심이론으로 팔강을 제시하고4) 팔강이론을 중심으로 『傷寒論』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鄕藥集成方』이나 『東醫寶鑑』에기록된 傷寒의 개념을 분석했을 때 『傷寒論』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바가 없었다5)고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김용옥은 한국의 『傷寒論』에 대한 문헌비평 측면에서의 오류에 대해 지적6)하였고, 박경모 등은 『傷寒論』과 『黃帝內經』에 대한 원문서지학적 고찰을 통해 두 서적은 다른 이론체계에서 시작하였다는 점을 역설2)한 바 있으며,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에서 이성준 등은 다른 의학서적과 주석가들의 이론체계에 대한 해석을 배제하고 『傷寒論』의 임상연구를 통한 진단체계를 설정하여 임상연구 결과를 보고함으로써, 검증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7)하였다.

『傷寒論』은 임상적 증후들을 기록하여 구체적인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는 임상서적이며, 六經과 條文이라는 임상이론체계를 통해 치료법을 규정하는 방식을 제시하는 임상지침서이다. 따라서『傷寒論』 자체에서 비롯된 임상연구모델의 설정과 그 임상연구모델의 유효성과 안전성, 안정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그리고 이러한 검증과정을 통해 『傷寒論』에 대한 가치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다른 서적들에 제시된 이론체계를 통해서 『傷寒論』의 주요 임상연구방식을 해석하거나, 『傷寒論』의 서술구조를 무시한 논의를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아직도 『傷寒論』 자체가 제시하는 임상연구방법론에 대한 검증과 임상연구범위의 규정은 숙제로 남아 있다.

본 연구는 일체의 다른 한의학 서적의 내용을 배제하고 『傷寒論』 자체의 서술구조 분석과 해석을 통한 임상모델을 제시하고, 이 임상모델과 관련되어 있는 『傷寒論』의 연구범위에 대한 논란,『金匱要略』과의 관계, 『黃帝內經』과의 관계, 『康平傷寒論』의 형성과정에 대하여 문헌학적 고찰을 진행함으로써 향후 독자적인 『傷寒論』의 연구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본 론

1. 『傷寒論』의 서술구조를 통해 분석한 임상모델

모든 서적의 편제에는 저술의 주요 의도가 들어 있으며, 이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책의 이해에 있어서 관건이 된다. 『傷寒論』의 경우는 다양한 판본별로 편제에 차이가 있으며, 각 편제의 저자에 대한 논란은 예로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序文」, 「辨脈法」, 「平脈法」, 「傷寒例」,「可與不可與」 편에 대한 논란은 매우 분분하다. 하지만, 대체로 모든 판본이 공유하는 서술구조는 육경체계라고 불리는 편제를 중심으로 조문과 처방이 배치되어 있는 구조이며, 「辨病篇」1)의 조문과 처방은 각 판본별로 대동소이하다. 여기서는 문헌학적인 측면에서 「辨病篇」의 서술구조에 대한 논의를 진행함으로써 『傷寒論』의 의학연구방식에 대한 고찰을 진행하였다.

1) 六經提綱의 임상적 의미

『康平傷寒論 ・辨病篇』에는 “大陽之爲病, 脈浮, 頭項强痛, 而悪寒.”8), “陽明之爲病, 胃家實是也.”8), “少陽之爲病, 口苦咽乾目眩也.”8), “太陰之爲病, 腹滿而吐, 食不下, 自利益甚, 時腹自痛, 若下之, 必胷下結鞕.”8), “少陰之爲病, 脈微細, 但欲寐也.”8), “厥陰之爲病, 消渴. 氣上撞心, 心中疼热, 飢而不欲食, 食則吐, 吐蚘. 下之利不止.”8)2)의 여섯 개 조문이 각 편별로 가장 앞 부분에 기록되어 있으며, 六經提綱이라고 부른다. 즉 여러 조문들의 상위개념에 六經提綱을 배속시켜 두었으며, 그에 대한 하위개념으로 여러 조문들이 제시되어 있는 구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六經提綱은 각 편의 특징을 규정하는 ‘主題’, 또는 ‘前提’로서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六經提綱은 그동안 각 제강이 규정하는 병의 현재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조문에서 나타나는 증상들과 함께 각 提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되거나, 혹은 六經提綱이 실제 임상에서는 큰 의미를 갖지 못하는 증상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리고 三陰三陽의 실체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는 六經提綱의 본래 취지보다는 그 실체에 대한 다른 서적이나 권위자의 규정에 의존하여 임의로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문헌과 解釋, 註釋, 임상실제에 대한 분석에 있어서의 괴리는 ‘-之爲’라는 글자를 올바르게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傷寒論精解』에서 ‘-之爲’의 용례로 언급한 내용을 살피면, “또 ⋯之爲⋯의 형식은 옛 문헌 중에 적잖이 나타나는데 가령 戰國策·趙策 중에 ‘至瘀趙之爲越’이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은 ‘趙氏가 越나라를 처음 만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이라는 뜻이다. 또 漢 ・賈諠의 論積貯疏에는 ‘漢之爲漢, 凡四十年矣’이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는 ‘漢高祖가 漢나라를 처음 만든 때로부터 지금까지 근 40년’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桑은 ‘⋯之爲病, ⋯’을 ‘⋯이 처음 병이 들었을 때, 이것은 ⋯’으로 해석하였는데 매우 설득력이 있다.”9)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之爲’의 해석학적 의미를 살피면 ‘성립되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六經提綱의 ‘-之爲病’은 ‘병이 생기기까지 질병의 성립요건, 혹은 질병의 원인으로서 작용한 증후들’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大陽病은 脈浮, 頭項強痛, 而悪寒이 선행하는 증후가 되어 진행되는 모든 병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大陽病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大陽이 무엇인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병이 성립하기 전에 환자의 몸에 脈浮, 頭項強痛, 而悪寒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었는가를 분석하여야 한다. 즉 우리가 임상에서 『康平傷寒論』에서 말하는 ‘大陽病’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傷寒論』이 아닌 다른 서적에 언급된 大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脉浮, 頭項強痛, 而悪寒이라고 하는m증후가 현재 환자의 병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김용옥도 六經提綱의 해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변을 규정하는 어떤 개념이 아니라, 그 개념을 성립하게 하는 과정이라는 해석방식을 주장6)한 바 있다.

따라서 『傷寒論』에 제시된 임상모델의 첫 번째 단계에서는 六經提綱을 선정해야 하는데, 질병이 시작하기 전에 환자에게 어떠한 증후들이 자주 나타났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환자가 질병이 시작되기 전에 口苦, 咽乾, 目眩이 현재병의 원인으로서 작용했다면 少陽之爲病임을 확인하여 少陽病으로 진단하게 되며, 그 환자에 대한 임상지침은 「辨少陽病」에서 확인하는 것이다.

이렇게 六經提綱에 나타난 질병에 대한 관점은『傷寒論』만의 매우 독특한 관점이다. 특히 현대의학이나 다른 한의학의 임상에서는 환자의 현재 상태에 집중하여 진단과 처방이 진행되는 것에 비하여, 『傷寒論』의 임상모델은 환자의 병력을 청취하는 과정을 통해서 환자의 현재 병의 원인, 또는 선행조건이 되는 환자의 증상을 확인하여 구분하는 진단과정을 두고 있는 것이다. 즉,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증후가 질병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보았던 것이며, 그러한 유형들을 六經提綱을 통해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傷寒論』이 바라본 질병의 원인은 六經提綱에 언급된 증후들이 자꾸 나타나게 되는 인간의 ‘삶’에 존재한다고 보았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관점의 연구방식은 사실 모든 병에 전문적인 효과를 낸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균이나 바이러스, 염증, 혹은 종양 등 종(species)의 특이성을 공유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으키는 보편적인 질병(disease)의 실체에 대해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항생제나 항바이러스 등 질병의 실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개발된 치료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傷寒論』의 질병에 대한 인식은 인간이라는 종 가운데 존재하는 개체(individual)의 특이성에 대한 연구인 것이며, 개체의 특이성에서 시작하는 질환(illness)에 대한 연구 결과물로 인식되어야 한다.

2) 條文의 임상적인 의미

『傷寒論』 전체에 걸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글자는 ‘者’이다. ‘者’의 해석은 놈, 사람, 일, 물건, 장소, 강조의 의미를 갖는 어조사 등10)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으나, 구성원리상 회의문자로서 ‘耂’와 ‘白’의 合字로서,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형성된 글자이며,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의미 한다11).

인간은 질병을 앓게 되면 외부로 드러나는 이미지, 생활모습, 감정, 식사, 수면, 대변, 소변, 호흡, 땀의 양상, 온도에 대한 저항성, 근육의 긴장 상태, 통증에 대한 민감도, 수분섭취욕구, 가슴이나 복부의 팽만감 등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 『傷寒論』의 조문은 인간의 이러한 변화들을 관찰하여 그것을 목표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傷寒論』의 조문은 특정한 질병명과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특정한 유형의 변화를 앓고 있는 사람을 서술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조문의 마지막에 치료법으로써 처방이 등장하는 경우는 ‘主之’, ‘與’ 등의 표현이 등장하게 되는데, ‘-主之’는 ‘이러한 자는 주로 이 처방을 사용하게 된다.’라는 의미이며, ‘與-’는 ‘이런 경우는 이 처방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의미로 구분하여 해석할 수 있다. 즉 ‘主之’와 ‘與’는 의사입장에서의 처방을 사용한 후의 결과를 경험론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조문을 예로 들어, 임상적인 적용을 위한 해석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大陽病, 頭痛, 発热, 汗出悪風者, 桂枝湯主之’라는 조문의 해석에는 大陽之爲病이 전제로서 작용하게 되므로 ‘脉浮, 頭項強痛, 悪寒이 자주 나타나는 삶을 살다가, 頭痛, 発热, 汗出悪風하게 된 사람은 주로 桂枝湯을 사용하게 된다’라는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 따라서 조문 하나는 六經提綱이 시간적으로 경과하여 이루어진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서 확인되는 변화를 기록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의 질병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傷寒論』은 다른 의학서적과는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金匱要略』의 경우 「百合狐惑陰陽毒病脉証治」편에서는 百合病의 특징을 설명(論曰, 百合病者, 百脉一宗, 悉致其病也. 意欲食復不能食, 當黙然, 欲臥不能臥, 欲行不能行, 飮食或有美時, 或有不用聞食臭時, 如寒無寒, 如熱無熱, 口苦小便赤, 諸藥不能治, 得藥則劇吐利, 如有神靈者, 身形如和, 其脉微數. 每溺時, 頭痛者, 六十日乃愈. 若溺時頭不痛淅然者, 四十日愈. 若溺快然但頭眩者, 二十日愈. 其證或未病而預見, 或病四五日而出, 或病二十日, 或一月微見者, 各隨證治之.)8)하고, 그 병으로 규정된 환자의 특징적인 징후에 연결되는 치료수단을 기술(百合病, 發汗後者, 百合知母湯主之. 百合病, 發汗後者, 百合知母湯主之.百合病, 下之後者, 滑石代赭湯主之. 百合病, 吐之後者, 用後方主之. 百合病, 不經吐下發汗, 病形如初者, 百合地黃湯主之. 百合病一月不解, 變成渴者, 百合洗方主之. 百合病, 渴不差者, 用後方主之. 百合病, 變發熱者一作發寒熱, 百合滑石散主之.)8)하고 있는데 비하여, 『傷寒論』은 六經提綱을 통해 질병의 선행증후를 분류규정하고, 현재 질병과 관계된 환자의 특징적인 변화에 관련된 치료수단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金匱要略』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의학 서적들이 모두 질병의 특징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기술하였으나, 『傷寒論』은 질병을 앓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주로 진행하였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만약 『傷寒論』이 질병에 대한 기록이라면, 다양한 증상들을 열거하여 한 가지의 질병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했을 것이다. 하지만 『傷寒論』에는 질병명이 다양하게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특정한 인간 개체군에서 나타나는 고통의 유형을 규정하는 것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며,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질병을 극복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질병에 대한 연구형태는 질병의 실체를 중점적으로 연구하여 치료법을 제시하는 현대의학의 생의학적 모델의 연구방식과도 다르다는 점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예를 들면, ‘위염(gastritis)’이라는 질병을 앓게 되면, 속쓰림·소화장애·식욕저하·복통 등의 증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되지만, 그와 관련하여 나타나는 인간의 감정, 체온, 수면상태, 땀분비 등의 변화는 개체마다 다르다. 현대의학의 생의학적 모델은 같은 종(species)이라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의 원인인 위의 염증을 확인하고 그것을 치료하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나, 『傷寒論』에서는 각 개체(individual)의 위염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증후가 선행하였는지를 분석하여 六經提綱을 선정하고, 위염을 앓게 된 환자의 특징을 분석하여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방식은 질병의 실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3) 六經提綱과 條文의 관계

『傷寒論』의 서술구조를 분석하면 六經提綱과 조문들에는 층차구조가 존재하는데, 모든 조문들은 특정한 六經提綱에 수직적으로 배속되어 있다. 병이 시작되기 이전의 증후에 대한 진단을 통해 환자의 六經提綱을 규정하게 되면 그것이 상위분류체계가 되는 것이며, 규정된 병에 배속되는 조문들이 환자의 질병과 관련이 되어 있는 조문으로 고려된다.

그리고 六經提綱과 조문에는 시간적인 선후관계가 존재한다. 즉 여섯 가지의 병을 시간흐름의 연속선상에서 분석하면, 병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나타나는 증후로서 六經提綱이 존재하고, 그러한 배경의 연장선에서 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그 환자만의 특징적인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六經提綱과 조문의 의미를 분석하면 Figure 1과 같은 임상모델인 것임을 알 수 있다.

Figure 1.Diagnostic Process of ShangHanLun.

2. 임상모델에 관련된 문헌고찰

『傷寒論』의 임상모델에 대한 해석이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질환에 대한 연구방식의 시대적인 흐름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傷寒論』보다 이전에 형성된 서적으로 추정되는 『馬王堆醫書』 중의 하나인 「五十二病方」을 비롯하여 『備急千金要方』, 『外臺秘要』 등 唐代 이후의 대부분의 처방을 연구한 의학서적들에서 제시된 연구방식은 먼저 질병을 분석한 후에 치료법을 등장시키는 방식이다. 즉, 한의학 서적 중에서 『傷寒論』을 제외하고는 질병의 형성요인으로서 작용하는 구체적인 징후들을 몇 종류로 대분류하여 규정한 서적이 전혀 없으며,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서술을 진행한 서적도 없다.

따라서 그러한 방식의 연구에 익숙한 의가들은 자연스럽게 『傷寒論』도 다른 서적들처럼 질병의 실체에 대한 연구서적일 것으로 인식하였으며,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동안 한의학의 주요이론으로 인정된 『黃帝內經』의 이론을 중심으로 치료법을 선정하는 과정을 기록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이러한 추정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傷寒論』에 대한 몇 가지 문헌학적 선입견으로 형성되었으며,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몇 가지 문헌학적인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논해보고자 한다.

1) 『傷寒論』 제목의 ‘傷寒’의 의미

『傷寒論』의 제목으로서 傷寒이 사용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불합리한 점이 있다.

첫째는 한의학에서 다수의 처방들이 『傷寒論』의 처방을 바탕으로 변화하고 발전되어 질환의 범주를 막론하고 사용되고 있으며, 『傷寒論』의 처방들은 전통적인 傷寒의 범주를 넘어선 질환들에도 응용되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傷寒論』의 전체 원문의 내용은 傷寒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제목인 傷寒은 하나의 병증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펑스룬은 “傷寒論을 어느 정도 이해했거나 혹은 일정정도의 문학지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傷寒論의 문장과 제목이 서로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전체 원문의 내용은 六經辨證과 方證을 논하고 있는데, 제목인 傷寒은 表證에 속한 하나의 병증에 불과한 것으로, 원문의 대부분의 내용은 表證, 半表半裏症, 裏證 모두를 논하고 있으며, 傷寒, 中風, 急・慢性病, 外感, 內傷잡병을 함께 논하고 있으며, 內科病뿐만 아니라 外科, 婦人科, 小兒科 등도 광범위하게 논하고 있다. 그러므로 書名을 傷寒論이라 부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고, 이 書名은 仲景의 원래 뜻에 맞지도 않는 것이다.“4)라고 언급하고 있다.

둘째는 앞서 논의처럼 『傷寒論』의 서술구조를 분석했을 때 六經提綱과 條文은 질병의 성립요소로서 작용한 증후와 질병을 앓게 된 인간의 고유의 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서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며, 『傷寒論』에서 치료의 개념은 질병의 실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을 도와서 질병을 극복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개념을 바탕으로 한 서적에 합당한 제목은 질병의 특정범주를 규정하는 용어가 사용되는 것 보다는, 당시의 신화적 발명에 의한 의학 발명 및 전파라는 분위기에 맞추어 ‘神農’이나 ‘黃帝’ 등 누가 개발했다거나, 혹은 六經이나 三陰三陽을 중심으로 한 의학의 성격을 규정할 만한 단어가 더 어울린다.

셋째로 상한의 개념은 「辨大陽病」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것을 따라서 규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大陽病, 或已発热, 或未発热, 必悪寒, 體痛, 嘔逆, 脉隂陽俱緊者, 名曰傷寒.”8)과 “大陽病, 発热, 汗出, 悪風, 脉緩者, 名爲中風.”8)의 두 조문을 통해 볼 때, 發熱과 脉, 그리고 症狀에 있어서 傷寒과 中風은 서로 비슷한 증상에 대하여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을 통해서 저자가 이 둘을 명백하게 구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하의 조문들에서는 「辨病篇」 전체에 걸쳐서 傷寒은 모든 조문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은 傷寒이 육경전체에 대한 病因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大陽病에 속하는 환자들 중에서 한 무리를 규정하는 診斷名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살폈을 때, ‘傷寒論’이라는 명칭에서의 ‘傷寒’은 「辨病篇」 전체에 걸쳐 가장 특징적인 진단명을 차용한 것으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傷寒雜病論』이라는 명칭과『金匱要略』의 존재는 傷寒을 다시금 질병의 특정 범주로서 받아들이게 하는 요소이다. 그러나 『傷寒雜病論』이라는 명칭과 『金匱要略』의 실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서지학적 문제점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제시된 바 있다.

(1)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과 『상한졸병론(傷 寒卒病論)』

‘傷寒雜病論’이라는 이름에서 傷寒은 雜病이라는 다양한 영역의 질병에 대비된 개념으로서 외부에서 침투하는 病因에 의한 질환이며, 漢代에 완성된 傷寒雜病論이 『傷寒論』과 『雜病論』으로 兩分되었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傷寒雜病論’이라는 명칭은 서지학적인 근거가 불확실하다. 이 이름은 『宋本傷寒論』의 「序文」에 최초로 등장한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傷寒論』 판본으로 평가받는 『康平傷寒論』의 서문에는 ‘傷寒卒病論’이라는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왕조마다 정사에 등장하는 서적들의 목록집이라고 볼 수 있는 『漢書・藝文志』에는 ‘傷寒’이라는 이름 자체가 등장하지 않으며, 宋代 校正醫書局에서 간행한 『甲乙經』의 서문에도 장중경이『湯液』을 論廣하였다고 하는 기록이 존재할 뿐 서적의 구체적인 명칭은 존재하지 않는다. 『傷寒論』과 관계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은 『隨書・經籍志』에 최초로 『張仲景方』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고 있으며, 『舊唐書・經籍志』에는 『張仲景藥方』이 존재하며, 『新唐書·藝文志』에 이르러서야 『王叔和張仲景藥方』이라는 이름과 함께 『傷寒卒病論』이 등장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는 『傷寒卒病論』이 먼저 등장하였으나, 宋代부터 ‘傷寒雜病論’이라는 이름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이것은 『金匱要略』이라는 서적의 등장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즉, 傷寒과 雜病이라는 개념이 대비되는 구도로 설정되어 그러한 개념 연구의 연장선에서 『傷寒論』과 『金匱要略』이 兩分된 것이 아니라, 『金匱要略』이 등장한 이후에 傷寒과 雜病이라는 개념이 兩分되어 연구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6).

또한, 校正醫書局에서 작성한 『金匱要略方論』의 서문에 기록된 ‘仲景金匱彔’이라는 단어에 사용된 ‘金匱’라는 것이 張仲景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연구12)는 校正醫書局에서 『金匱要略』의 등장과 관련한 오해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2) 『金匱要略』에 대한 의문

校正醫書局에서 간행된 『金匱要略方論』은 王洙가 館閣에서 우연히 발견한 『金匱玉函要略方論』중에서 상권을 제외하고, 중·하권만을 토대로 후대의 여러 서적의 인용문들과 후대의가들의 名方들을 보충하여 완성시킨 서적이다. 또한 명칭에 포함된 ‘要略’이란 본서가 이미 전체의 모습이 아니며, 後人들의 刪節을 거쳐서 原著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즉 원래의 모습은 아니며, 囊簡 節略本을 가지고 重編한 것임을 알 수 있다13). 이런 사실들은『金匱要略』이 완벽하게 고대의 서적을 복원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傷寒論』 계통의 판본은 『康平傷寒論』, 「唐本」,「敦黃殘卷本」, 「高繼沖本」, 『康治本』 등 宋代 校正醫書局 간행 시기 이전에 형성된 것으로 확인되는 다양한 판본이 존재하므로, 이런 다양한 판본들을 서로 비교하고 고찰하여 『傷寒論』의 핵심적인 내용을 추정하여 볼 수 있다. 하지만 『金匱要略』 계통의 판본은 校正醫書局에서 간행된 『金匱要略方論』마저도 유실되었으며, 서로 비교할만한 판본이 없어 어느 부분을 중요한 내용으로 볼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2). 이러한 점은 갑자기 宋代에 이르러 『金匱要略』이 등장하였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기존의 『金匱要略』에 대한 문헌학적인 추정에 대한 오류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金匱要略』에 고대중국의 의학의 형태가 어떠한 형태로든 내재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한 관점에서 다시 현존하는 『傷寒論』과 『金匱要略』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두 서적을 비교하였을 때 보이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편제의 형태를 들 수 있다. 『傷寒論』은 「辨病篇」을 중심으로 편제가 구성되어 있고, 『金匱要略』은 질병명을 중심으로 臟腑經絡先後病, 痓濕暍病, 瘧病 등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문헌자체에서 제시하는 임상모델이 서로 다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전자의 경우는 六經提綱을 규정한 이후에 조문을 통해 치료법을 선정하고 있으며, 후자는 疾病名을 규정한 이후에 조문을 통해 치료법을 선정하고 있어, 서로 대비되는 임상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서술체계의 차이를 들 수 있다.『傷寒論』은 『金匱要略』의 어느 단일질환보다도 분석체계가 복잡하고, 기록의 분량이 많다. 『傷寒論』의 六經과 條文이라는 층차적인 진단체계는『金匱要略』의 어떤 질환에서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定說대로 동일한 저자에 의해서 두 서적이 저술되었다면, 최소한 『金匱要略』의 편제에 사용된 단일질환에서라도 『傷寒論』과 같은 분석 체계가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Table 1.Existing Editions of ShangHanun and JinGuiYaoLue Before Song Dynasty

세 번째로는 ‘者’의 사용빈도가 『傷寒論』에서는 현저하게 높지만, 『金匱要略』에서는 현저하게 적다. 이는 서술자의 문장기록 방식이 매우 달랐고, 서술 대상도 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者의 해석에 따라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본 논문의 주장대로 者를 사람으로 해석하면, 『傷寒論』은 인간의 변화를 중심으로 의학연구를 진행한 서적이며, 『金匱要略』은 질병을 중심으로 의학연구를 진행하였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네 번째로는 역사적 발전정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한의학 역사적으로는 『傷寒論』 형식과 같은 편제나 서술방식을 따른 서적 보다는 『金匱要略』형식의 편제나 서술방식을 따른 서적이 월등하게 많으며, 결국 『傷寒論』 이후의 의학자들은 『金匱要略』 형식의 의학연구방법론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질병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치료법을 개발하는 형태는 끊임없이 개발되고 발전하였으며, 초기의 원형을 유지하는 것 보다는 후대의 연구결과가 더욱 중요하므로, 새로운 질병을 확인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문헌자료의 보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傷寒論』을 최초로 수록한 隨·唐의 의학의 대가인 孫思邈이 안간힘을 써서 수 십 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야 겨우 『傷寒論』의 한 가지의 판본을 구했다는 사실14)을 살펴볼 때, 數·唐 시대에 『傷寒論』은 널리 퍼져 있던 서적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六經에 대한 연구는 여러 판본을 살폈을 때 汗·吐·下·和·刺·灸·水·火 등 치료법에 따라서 可·不可篇에 나누어서 따로 편제되거나, 脈法이 추가되거나, 傷寒의 개념에 대한 해석이 추가되거나, 편제상 처방을 중심으로 배열하거나 하였을 뿐, 조문의 형태도 가급적이면 원형의 것이 다양한 판본에 걸쳐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으며, 처방의 수에 있어서도 많은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15) 한마디로 편제의 변화 외에 큰 변화는 없었다고 볼 수 있으며, 연구자가 바라보는 눈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되었을 뿐, 서술구조와 형태자체는 전혀 발전하거나 변모하지 못했다.

이렇게 편제상의 차이점과 서술체계와 서술대상의 차이점, 그리고 판본학인 발전사를 살펴보았을 때, 『傷寒論』과 『金匱要略』은 서로 다른 질병의 영역을 연구한 서적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의학을 연구한 서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 『康平傷寒論』과 『黃帝內經』과의 관계

『傷寒論』의 판본은 다양하지만 고대 한의학의 형태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한다면, 가장 선대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을 最善本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형태를 보존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판본은 1907년 일본 오오츠카 게이세츠가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한 『康平傷寒論』이다. 이 판본은 鈔寫 형태로 기록되어 있으며, 초사년도는 일본 강평 3년(1060)이며, 초사자는 당시의 侍醫 丹波雅忠이다. 김기욱 등은 “太字는 고대 서법에서 大로 씌어졌으며, 후대로 내려옴에 따라 大자 아래에 점을 가하여 太로 변하였다. 太와 大를 시간적인 선후에 따라 말하자면 大가 앞서고 太가 뒤에 나타난다. 康平本에서 太陽病을 大陽病으로 쓴 것으로 보아 이 책이 옛 것을 보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康平本에서 眞武湯을 일률적으로 玄武湯으로 씌어 있어 宋代의 避諱가 아니며, 또한 후인들이 개정한 것이 아님을 증명해주고 있다. 康平本에는 堅字가 모두 鞕字로 되어 있는데 이는 隨文帝인 楊堅을 避諱한 것으로 이 本이 일찍이 隨代에 傳抄하였음을 증명해주고 있으며, 또한 이 本이 隨 이전의 전본임을 증명해주고 있다. ⋯(중략)⋯ 康平本은 원래 小注, 旁注가 있고 후인이 增入한 문자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원문 아래 두 줄로 배열하였다. 일본 오오츠카 게이세츠는 ‘이 책의 새김은 오로지 옛 모양을 갖추고 있어 行數, 字數, 旁書, 嵌注 등을 改竄하지않았다’고 하여, 康平本의 격식은 예로부터 이어 내려온 것으로 고친 곳이 없다.”14)고 말한 바 있다.

이 판본은 여러 가지 특징이 존재하지만 가장 의미를 갖는 점은 校正醫書局의 교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校正醫書局은 補注神農本草(1060), 圖經本草(1062), 傷寒論(1065), 金匱玉函經(1066), 備急千金要方(1066), 金匱要略方論(1066), 重廣補注黃帝內經素問(1067), 脈經(1068), 黃帝鍼灸甲乙經(1069), 外臺秘要(1069), 千金翼方(未詳) 등 서지학적으로 이전 시기에 유실될 수 있었던 자료들을 보존하고, 黃帝內經, 傷寒論 등에 대해 정형화, 규범화함으로써 이후 한의학 연구의 근거를 문헌자료로 귀속시켜 연역적 방법으로 근대이전까지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16).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정형화, 규범화라고 하는 것의 기준이 모호하고, 보존결과물의 근거가 되는 문헌학적 연구방법론이 전혀 제시되지 않아, 底本에 대한 복원도에 있어서 큰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6).

이 판본의 기록형태는 아주 특이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각 행마다 기록한 글자의 수에 따라서 15字行, 14字行, 13字行으로 구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상단에서부터 낮춰서 쓰는 형태로되어 있어서, 먼저 기록된 것이 위로 두드러지고, 후대에 기록된 것이 아래로 내려가 있는 형태를 띠는 기록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각 조문 중간에 삽입되어져 있는 嵌注와 조문의 行 옆에 작은 글씨로 보충설명을 진행하고 있는 傍注가 존재한다. 이 중에서 14·13字行은 15字行의 注인데『宋本傷寒論』에서 그 형식이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서로 다른 형식으로 기록된 부분의 용어사용에 관한 연구를 통해서 15字行에는『黃帝內經』의 이론체계가 개입되어 있지 않고, 나머지 14字行·13字行에서는 『黃帝內經』의 이론체계가 개입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각 형식들의 성립연대도 다른 것으로 보인다. 15 字行은 戰國時代나 西漢 시대에 저작된 것으로 추측되며, 그 후 AD 3세기 경 전후까지 14字行, 15·14字行의 嵌注, 13字行, 15·14字行의 傍注 순서로 저작된 것으로 보인다2). 또한 『康平傷寒論』에는 총 5차례 ‘仲景’이라는 글자가 등장하여 張仲景이 해당 조문을 썼는가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고있는데, 「傷寒例」 14字行의 “今捜採仲景舊論17)”,「辨大陽病」 小靑龍湯方의 嵌注 “且蕘花不治利麻黃主喘今此語反之疑非仲景意.”17), 「辨大陽病」 調胃承氣湯方의 嵌注 “加减方, 疑非仲景方”17), 「辨大陽病 結胸」 黃連湯方의 傍注 “昼三夜二疑非仲景法”17), 「辨陽明病」 蜜煎方의 傍注 “疑非仲景意”17)등이다. 이것은 본인이 저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수정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주석 작업을 진행한 것이며, 이를 통해 볼 때 『傷寒論』 전체를 중경이 직접 쓰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康平傷寒論・序文』에 기록된 “乃勒求古訓, 慱采衆方, 撰用素问九卷, 八十一難, 隂陽大論, 胎臚薬錄, 并平脉辨證. 爲傷寒卒病論.”8) 문장을 분석하면, 먼저 古訓을 구하고, 그에 관련된 衆方을 끌어모은 작업이 진행된 이후에 素問九卷, 八十一難, 陰陽大論, 胎臚藥錄, 并平脉辨證을 참고하여 14字行 이후의 부분이 기록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傷寒論』과 『黃帝內經』의 독립적 연구가 필요함을 의미하며, 중국 經方 연구가들과 일본의 傷寒論 연구가들의 견해와도 일맥상통한다. 『傷寒論』의 육경이론 체계와 『黃帝內經』의 주요 이론체계는 서로 관련이 없다는 견해는 일본에서는 오래된 전통이며, 중국은 물론이고, 최근 대만의 연구가들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내용18)이다. 의학은 혁신적인 진단이나 치료수단의 발전으로 인하여 그 연구방식이 바뀌게 될 수 있으며, 針을 치료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 연구를 진행한 『黃帝內經』과 藥, 그 중에서도 湯劑라는 제형을 치료의 주요 수단으로 삼아 연구를 진행한 『傷寒論』의 이론체계가 다르다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였을 때 초기 『傷寒論』의 형태는 『黃帝內經』 이론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점차 『黃帝內經』의 이론을 통해서 『傷寒論』을 설명하고자 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진행되어 나머지 부분이 완성된 것으로 보인다.

Ⅲ. 고 찰

『傷寒論』의 해석에 있어서 가장 큰 난관은 약 2000년으로 추정되는 현대와 『傷寒論』 저술시기의 차이이다. 『傷寒論』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난관을 뚫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올바른 해석을 위한 연구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현대의 글자의 의미와 고대의 글자의 의미는 아주 다를 수 있으며, 특정한 용어에 대하여 후대에 형성된 관념의 누적은 고대의 글자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즉, 한의학적인 관념도 또한 마찬가지이며, 『傷寒論』에 관한 해석과 서적에 대한 이해 역시 다양한 개념을 누적적으로 적용하는 것만이 『傷寒論』을 해석하는 탁월한 방식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동안 『傷寒論』에 대한 연구는 내재된 이론의 핵심인 三陰三陽의 실체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黃帝內經』과 『難經』을 비롯한 다양한 주석가들의 의견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해석이 진행되어 왔으나, 최근 국내외의 『傷寒論』 연구 성과들을 고찰하였을 때 다른 서적의 한의학적 이론들을 도입하지 않은 임상모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이와 관련된 깊이 있는 『傷寒論』에 대한 문헌학적 연구가 진행된 바 있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傷寒論』 자체의 서술구조에 충실한 진단체계에 대한 논의를 비롯하여, 그 진단체계에 입각하여 만성기침19), 과민성 방광20), 욕지기21), ADHD22), 알레르기성 비염23), 아토피 피부염24), 여드름25) 등에 대한 증례보고가 추가로 진행된 바 있다. 본 연구에서는 그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다른 한의학서적의 이론체계나 주석을 참고하지 않고, 『傷寒論』 자체의 서술구조에 대하여 임상지침서로서의 해석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六經提綱과 조문은 현재 질병이 성립되기까지의 과정과 질병을 앓게 되는 인간 개체의 특이성을 서술하여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것은 다른 서적의 의학연구방식 또는 현대의학의 연구방식들과는 다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인간의 삶과 인간의 특이성에 그 연구의 목표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방식과 관련하여 『傷寒論』의 연구범위에 대한 규정에 있어서는, 기존에도 『傷寒論』이라는 명칭에 대한 논란이 존재하였으며, 宋에 이르러서야 傷寒이라는 명칭이 서적의 명칭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여, 그 이전에는 다른 형태의 이름으로 사용되었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동안 外感으로 제한되었던 『傷寒論』의 연구범위는 宋에 이르러 『金匱要略』이 등장한 이후에야 설정되었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로 현대 한국의 『傷寒論』 처방의 임상연구를 비롯하여, 중국의 經方 연구자들이나 일본의 『傷寒論』 연구자들의 응용 범주는 이미 外感이라는 질환의 영역을 넘어서 있다. 따라서 향후 『傷寒論』의 연구를 통해 外感 이외의 질환을 연구하는 것은 문헌학적으로도 문제될 것이 없다.

『傷寒論』의 형성과정에 대해서는 『康平傷寒論』에 대한 연구를 고찰하였을 때, 『傷寒論』의 초기저술부분으로 판단되는 15字行 부분은 『黃帝內經』의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나머지 부분에서 점차 『黃帝內經』과 『難經』의 이론이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三陰三陽의 실체와 질병에 대한 관점에 대한 『傷寒論』만의 독자적인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함을 의미한다.

『傷寒論』의 「序文」에 등장하는 ‘雖未能盡愈諸病, 庶可以見病之源’8)은 ‘비록 모든 병을 치료할 수는 없으나, 점차 병의 근원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의미이다. 이 문장은 『傷寒論』과 형성시기가 겹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難經』의 ‘上工, 治未病’ 이라는 문구와도 일맥상통한다. 당시 중국의학에서는 질병의 성립과정이나 원인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으며, 질병을 앓는 인간의 모습에 연구를 집중하고 치료법을 모색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연구 성과가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에 머물러 있지 않고, 경험적으로 모색한 치료법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의학적 검증모델을 비교적 완성된 형태로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 『傷寒論』을 임상에 응용하기 위해서는 조문들의 완벽한 해석이 진행되어야 하며, 해석과 관련이 되어 있는 모든 서지학적 연구들은 이런 검증을 목표로 진행되어야 한다.

 

Ⅳ. 결 론

1. 『傷寒論』의 서술구조를 분석하였을 때, 六經提綱은 질병이 성립하기 전에 성립요건으로서 작용한 증후들을 유형화하여 분류한 것이며, 「辨病篇」의 조문은 질병을 앓고 있는 인간 개체의 특이성을 기술하여 치료법을 경험론적으로 정리해둔 것이다.

2. 『傷寒論』의 연구범위는 六經提綱이 규정하는 증후가 질병의 선행 또는 전제 증후로서 작용하여 질병이 성립하여 진행되는 인간이며, 『傷寒論』의 명칭과 『金匱要略』과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서 보았을 때 특정한 질병의 실체에 대한 연구 성과로 규정할 필요는 없다.

3. 『傷寒論』의 주요 의학연구방식을 규정하고 있는 『康平傷寒論』의 15字行에 대한 연구는 『黃帝內經』과 『難經』의 이론체계와는 독립적으로 진행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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