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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Organization of Literary Archives as National Cultural Heritage

국가문화유산으로서 문학기록의 조직화 방안

  • 이은영 (이화여자대학교 정책과학대학원 기록관리교육원)
  • Received : 2019.06.30
  • Accepted : 2019.07.17
  • Published : 2019.07.31

Abstract

This study seeks to find an organizational method suitable for literary records through a review of the application of records management and an archival exploration of the literary materials of the authors, which are housed in a decentralized collection of domestic literary museums. First, through literature research and case analysis, I explored the "principles of original order" for organizing by characteristics and values of literary records. Next, the organization model was applied to the literature materials of author Jo Jung-rae(1943~) that existed in the form of a 'split-collection' in the local literature museum after drawing a model suitable for organizing literary records as an example. In order to gain an integrated approach to the 'split-collection' by Cho Jung-rae, the research result suggests a model provided through a single gateway by linking descriptive information related to ICA AtoM-based 'Records-Writers-Literature Museum'. The organizational model for the collection of individual literature museum was designed to provide richer collective and contextual information compared to the existing simple list by developing a hierarchical classification system in accordance with the principle of record organizing.

본 연구는 국내 문학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는 작가의 문학자료에 대한 기록학적 탐구와 기록관리 적용에 관한 검토를 통해 문학기록에 적합한 조직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먼저 문헌 연구와 사례 분석을 통해 문학 기록의 특성과 가치에 적합한 조직화를 위한 '원질서의 원칙'을 탐구했다. 다음으로 '디아스포라 아카이브'를 사례로 문학기록 조직화에 적합한 모형을 도출한 후, 국내 지역문학관에 '분산 컬렉션'의 형태로 존재하는 작가 조정래(1943~)의 문학자료를 대상으로 조직 모형을 적용하였다. 연구결과 조정래 작가의 '분산 컬렉션'에 통합적으로 접근하기 위하여 ICA AtoM 기반 '기록-작가-문학관' 관련 기술정보를 연계하여 단일한 게이트웨이를 통하여 제공하는 모형을 제안하였다. 아울러 개별 문학관의 소장 자료도 기록 조직화의 원칙에 따라 계층적 분류체계를 적용하여 기존의 건별 목록에 비하여 보다 풍부한 집합적 맥락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였다.

Keywords

1. 머리말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인공지능,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기술이 주도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차세대 기록관리의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는 현실과는 대조적으로, 지방 단위 문학관에 소장되어 있는 문학자료 일부는 산성화 및 습도로 인한 변·퇴색 등 원본 보존 자체가 위협받을 정도로 보존, 관리 실태가 열악하다.1)이는 지방문학관 운영을 위한 예산이나 전문 인력의 부족과 결부된 문제이지만 문학관 소장 자료가 교육·연구 목적 보다는 전시물 위주로 활용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이유이다.

육필로 쓴 초고나 수정 원고는 작품의 초기 단계에서 작가가 겪은 창작의 고통을 증언해주는 귀중한 사료이며, 원고의 추고 과정을 통해 모음 하나와 낱말 하나만 바꾸어도 문맥의 의미가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변화를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해외의 문학자료 소장기관은 육필원고를 가장 소중한 자료로 간주하고 있다(영인문학관 2009). 특히 유명 작가의 작품 초고 및 원고나 서신 등은 작가와 작품을 연구하고 교육하는데 귀중한 원천자료이기 때문에 해외 도서관이나 수집가, 출판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구매하거나 수집해 왔다. 그 결과 한 작가의 기록은 여러 나라,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소장되는 ‘분산 컬렉션(split collection)’의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되어 지역 홍보 및 문화 진흥 차원에서 지역과 연고가 있는 문인들의 문학관을 건립하기 시작하면서, 한 작가의 기록이 여러 문학관에 파편적으로 분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대표적으로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관련된 문학기록은 [토지]의 집필 현장인 원주의 박경리 문학공원(1999 설립), [토지] 작품의 무대 하동의 평사리 문학관(2004 설립), 작가 탄생지인 경남 통영의 박경리 기념관(2010 설립)의 세 곳에 분산되어 있다(문재원 2013). 이들 문학관은 개별 홈페이지를 통해 기관과 소장 자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동일 작가의 개별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들 간의 특성이나 맥락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학관은 전문 학예사가 근무하는 문학관이 드물 뿐만 아니라(정정훈 2010), 전문적인 보존시설을 갖추고 교육·연구 차원에서 문학기록을 서비스하는 하는 곳도 찾기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장 자료 정보에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현재로선 한국문학관협회가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전국 문학관 소장 자료 DB’를 통해 근현대 문학자료의 소장 실태를 일부 파악할 수 있으나, 정보 제공의 수준은 문학관별로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문학관에서 전시 중인 자료의 디지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을 뿐 작가의 육필원고, 서신, 도서 초판본 등 연구가치가 높은 소장 자료에 대한 맥락 정보를 자료 목록과 함께 제공하는 기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한국근대문학관의 소장 자료 목록을 분석한 결과 소장 자료 72건에 대한 건 단위 목록만 제공하고 있으며, 건 단위 자료에 대한 분류정보도 존재하지 않음은 물론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로’가 잡지 [소년]에 게재되었다는 출처 정보를 기술한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근대 작가의 작품인 경우 작품 자체 뿐 아니라 작가 및 출처, 작가가 동시기에 발표한 작품 등과 같은 맥락정보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의 주요 기능은 한국문학의 유산 및 원본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 관리하고 한국문학 및 문학인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국민에게 전시, 교육,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 대표 블로그 2018).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을 계기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지역문학관과의 유기적 연계협업 방안도 논의되면서, 기존에 설립된 지역문학관의 소장 자료에 대한 체계적인 보존, 관리 방안도 당면 과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지방 소재 문학관을 막론하고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개인 소장처 등에 분산 소장되어 있는 문학자료에 대한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하여 문학 연구자와 일반이용자의 자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자료 활용의 수월성을 높이는 것은 국내 문학계의 오랜 염원이었다(국립중앙도서관 2016, 2015, 2014; 문화재청 2009). 최근 수행된 ‘근대문학자료 실태조사’에선 소장기관별로 자료의 관리 및 공개가 개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전체 현황의 파악 및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최신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아카이브화와 통일된 정리기준을 통하여 이용 제고를 위한 민간·학계·공공기관의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국립중앙도서관 2016).

문학계의 관련 연구는 공히 문학관이 문학기록 때문에 다른 문화시설과 구별되므로 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문학관 활성화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지만 활용의 전제조건으로 문학기록의 체계적인 정리·기술을 토대로 보존, 관리 체계를 수립하는 데는 관심이 미치지 못했다(김종우 2012; 정정훈 2010; 구자황 2009; 윤학로, 김점석 2004, 2005; 하응백 2001). 관련 학계 역시 문학관이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를 통한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다양한 이용자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며(이명호, 오삼균, 도슬기 2015), 정보자료와 기록을 함께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통합검색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설문원 2011)고 제시한 바 있으나, 문학관 소장 자료에 대한 구체적인 조직화 방안을 제시한 연구는 없었다. 신윤화(2006)는 기록관리의 지평을 문학 분야로 확장하였으나 수집정책만을 다루었으며, 양서희(2011)는 문학관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작가와 작품 관련 기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모색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론적 논의에 그쳤다.

본 연구는 통합적인 자료 수집, 보존, 관리 체계 구축의 전제 작업으로 지역 문학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는 한 작가의 문학기록에 대해 체계적인 조직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한 작가의 ‘분산 컬렉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지방 소재 문학관들이 문학자료를 매개로 본격적인 교육 및 연구의 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문헌 연구와 사례 연구를 통해 첫째, 문학기록의 특성 및 조직화를 위한 원칙 탐구, 둘째, ‘분산 컬렉션’ 형태의 문학기록 조직 모형의 개발, 셋째, 국내 문학기록의 시범 조직화 및 방안 제시라는 3단계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해외 사례 연구 대상은 엘리엇(T.S. Eliot),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등 작가 4인의 ‘분산 컬렉션’이다. 문학기록의 조직 모형을 국내 사례에 적용하기 위하여 동일 작가의 기록이 여러 문학관에 분산되어 존재하는 문학관 소장 기록을 대상으로 삼았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소장 자료의 목록을 제공받아 상세목록을 제공한 조정래 작가와 최명희 작가 관련 문학관을 대상으로 조직 모형(안)을 도출하였다.2)아울러 문학관 실무자 및 문화예술 아카이브 종사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이를 토대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국내 문학기록의 조직모형을 제시하였다.

2. 문학기록의 특성 및 조직화 원칙

1) 문학기록의 특성

문학기록이란 작가의 창작 및 생애 과정에서 생산, 축적, 유지된 기록으로 작가와 작품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취재노트와 육필원고로 대표되는 문학기록은 작가가 작품을 구상한 계획과 숨은 의도 등을 담고 있어 창작과정을 밝혀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육필원고는 애초의 집필 계획이나 의도가 집필 과정에서 어떻게 달라졌으며, 어떤 이유로 수정되고 개작되었는지에 관한 총체적인 정보를 담고 있어 작가와 작품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홍기순 2008). 연구자들은 사후에 더욱 유명해진 미국의 시인 에묀리 디킨슨의 육필원고를 통해 시 미학의 구성요소 뿐만 아니라 시행의 분절과 같은 창작 기법이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줄표의 길이와 방향, 필체의 역동성을 포함한 모든 시각적 요소에 디킨슨의 의도가 스며있다는 것을 조명하였다(김의영 2014).

문학 작가들은 단순히 사고를 적기 위한 수단으로 텍스트를 생산하는 시각 예술가들과 달리, 창의적 도구로서 계획적 글쓰기를 위하여 문학기록을 생산한다. 문학 작가는 ‘의도의 저술가(writers of intentions)’로서 그들의 창작 활동에서 비롯되는 문학기록은 다른 어떤 기록 장르에서도 찾을 수 없는 창의적 전망을 담고 있다. 이처럼 문학기록은 작가의 창의적 번뜩임이나 의도와의 묀접성, 창작 행위에 대한 근사치를 담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희소성과 높은 금전적 가치도 갖게 된다(Hobbs 2006).

나아가 당대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갖는다. 한국 근대문학 작가의 기록은 문학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도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160건의 자료가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바 있다(문화재청 2009). ‘상록수’의 작가 심훈의 육필원고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심훈의 [심훈시가집] 육필원고에는 1919년부터 1932년까지 창작한 작품을 모아 단행본으로 출간하기 위해 출판사에 원고를 인계한 뒤 총독부의 검열을 거쳤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 자료는 당대 일본의 검열제도의 실상을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로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문화재청 2009).

문학기록은 작품의 원고나 초고와 같은 육필원고, 교정본, 수정본, 취재수첩, 메모 등 창작 과정 및 행위의 기록, 작품 초판본 및 작품 게재 잡지나 신문, 출판 관련 계약서와 서신 등 출간 행위와 관련된 기록, 작가 및 작품 관련 신문 기사, 가족 및 지인과 주고받은 서신과 일기 등 작가의 교류와 생애에 관한 기록, 사진이나 자화상 등 시각 기록 등 형태나 유형으로 존재한다. Millar(2017)는 도서, 잡지, 저널이나 신문 등 출판물은 그 자체로는 기록으로 간주되지 않지만, 작가의 소설 출간본 같은 경우 출판이 존재했다는 증거이므로 기록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보았다. 책 자체는 작가의 필사본, 교정본, 편집자의 주기, 편집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종 출간본으로 완성된 창작과 편집 과정의 누적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그래서 보존과 이용을 원활히 하기 위하여 출간본 사본(actual copy)을 다른 장소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초판본과 같은 출판물은 작가의 기록으로 분류하여 대학의 특수 컬렉션 부서와 같이 별개의 기록보존시설에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Millar(2017)에 따르면, 작품 출간과 관련된 초기의 작품 수록 도서 및 잡지, 외국어 번역본 및 다양한 장르의 판본 등도 문학기록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작품 창작의 행위와 과정을 증거하는 매개로서 문학기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작가와 작품 간의 상호작용과 창작 행위에 통찰력을 제공한다. 문학기록의 생산자가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남긴 다양한 유형의 문학기록엔 글쓰기의 행위와 과정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문서가 생산된 본래의 용도나 맥락 못지않게 작품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기록관리자들은 문학기록의 관리에서 어떤 버전이 최종적인 텍스트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초안이 쓰여진 순서를 식별하는데 주력했다면, 기술시스템(descriptive system)이 발달된 지금은 문학기록을 기술할 때 작가의 사유 공간을 반영함으로써 문학기록의 특징을 포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시 습작에 사용된 작은 종이조각 모음은 단순히 장문의 시를 끄적인 메모의 집합체가 아니라 종이 조각에 쓰여진 아이디어와 작가의 관계를 투사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관계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이 중요하다(Hobbs 2006; Sutton 2014).

둘째, 작가의 서신과 기록은 도처에 존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해외 유명 작가의 기록은 미국, 영국, 캐나다 같은 나라에선 기록관 보다는 대학 도서관에서 더 많이 발견되며, 프랑스 같은 나라에선 작가의 연고지에 세워진 공공 박물관과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사례가 많다. 또한 연고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다양한 위치에 분산됨에 따라 작가 헤밍웨이의 기록이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기록관에서 발견되는 것처럼, 전혀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작가와 관련된 장소를 넘어 세계 도처에 분산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유형의 소장기관 간에 공통적인 관련성을 갖게 한다.

셋째, 친구, 협력자, 출판사와의 관계를 비롯하여 한 작가가 일생동안 구축한 다른 작가들과의 복합적인 연관관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네트워크는 소장기관들 간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뿐더러 상호 협력적인 ‘연합(joining up)’ 컬렉션을 구축할 필요를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상품적 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도서관이나 기록관뿐만 아니라 개인 수집가들도 앞 다투어 문학기록을 수집하는 등 여러 소장처에 분산되어 소장되게 되었다. 문학 애호가에게는 유명 작가가 쓴 원본 문서를 다루거나 유일본 원고를 접하고 작가가 사용한 종이와 잉크를 직접 보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 없다. 이는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확대시키는 연구 자료로서의 중요성이라는 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무언가’이다(Sutton 2014; Baker et al. 2010).

이와 같은 문학기록의 특성에 비추어보건대 문학기록을 정리·기술할 때 작가와 작품 간의 관계와 문학기록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도록 즉, 작가의 사유공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다른 기관에 분산 소장된 컬렉션과 끊임없이 상호 참조하여야만 ‘연합’ 컬렉션으로서 온전함을 추구할 수 있으므로, 이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관련 체계를 구축하고 검색도구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문학기록의 조직화 원칙

문학기록을 조직하려면 작가의 의도와 행위가 잘 드러나도록 정리·기술체계를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다. 우선 기록의 정리에서 출처주의 및 원질서 존중의 원칙이 모두 중요하나 문학기록의 정리에 있어 특히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원질서이다. 전통적으로 원질서 존중의 원칙은 기록의 질서와 생산자와의 연관성을 강조해 왔다. Douglas(2013)는 원질서가 생산자의 본질(essence)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문학기록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 합의된 바는 없다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전통적인 원질서 존중의 원칙에 따른 물리적 질서이다. 전통적인 원질서 존중의 원칙은 문학기록을 처음 접했던 당시에 문학기록에 내재된 물리적 질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원래의 포장된 질서를 의미하거나 기록관리자가 생존 작가의 작업 공간에 처음 접촉해서 곳곳에 놓여있는 문서를 목격한 경우 ‘작가가 기록을 이용하고 접근했던 그 방식 그대로’를 의미한다. 둘째, 물리적인 정리 체계를 넘어서는 보다 개념적 차원의 원질서로서, 이러한 원질서는 작가의 기록을 정리할 때 작품의 장르에 따라 시리즈를 구분하고 작품이나 작가가 사회에서 맡았던 역할 등에 따라 부여하는 논리적 질서이다. 셋째, 원래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상의 질서이다. 작가의 기록에 적용된 원질서는 시, 단편, 소설을 창작하는 과정 동안 노트, 스케치, 초고에 나타나는 질서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그러한 질서로 보존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이 발견하고자 하는 창작의 과정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Douglas는 때론 하나의 컬렉션에 대하여 하나 이상의 원질서가 적용될 수도 있으며, 다양한 질서 중 ‘오리지널’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질서를 골라내기 어려운 경우, 기록이 다른 질서로 재배열될 수도 있으므로, 이같은 사항은 기술할 때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Douglas(2013)가 언급한 두 번째 원질서 원칙 즉, 기록관리자가 논리적 질서를 부여하는 방식은 실제 사례에서 문학기록의 조직화에 가장 빈번하게 적용된 방식이다. 작가의 기록이 대부분 무질서한 형태로 입수되거나 작가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질서가 연구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록관리자는 먼저 물리적인 정리체계를 넘어서는 보다 개념적 차원의 원질서를 퐁(fonds)의 정리에 적용한다. 이 원칙은 대부분 문학기록을 정리할 때 작품, 서신, 시각 자료 등으로 작품과 관련된 활동이나 기록물 유형에 따라 시리즈로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논리적 질서는 기록관리자가 원질서를 알 수 없을 때 작가의 삶과 작품 활동을 가장 잘 재현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여 재구성한 질서이다. 컬렉션 내의 시리즈나 하위 시리즈 단위도 장르(소설, 단편, 시 등)나 작품의 종류, 대학의 교수나 작가 연합의 활동가처럼 작가의 역할 등에 따라 구분된다. 작품 관련 기록을 정리할 때에도 주요 작품과 관련된 기록만을 별도의 시리즈 단위로 묶어 구성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유명 작가의 대부분은 주요 작품 외에도 다수의 문학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작가의 퐁을 정리할 때 주요 작품과 관련된 기록만을 모아서 별도의 시리즈로 구성하고 내부에서 하위 시리즈 단위로 세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세 번째의 작품을 창작하는 과정상의 질서는 원질서의 원칙을 기록 정리의 근간으로 삼는 근본적인 이유를 보여준다. 원질서의 원칙은 기록의 생산자가 부여해 놓은 체계나 배열이야말로 기록의 생산 맥락과 기록을 발생하게 한 활동과의 관계를 가장 잘 표현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신동희 외 8인 2017). 기록관리자는 어떤 버전이 최종적인 작품으로 발전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초안이 쓰여진 순서를 식별해 왔으며(Hobbse 2006), 쪽수 번호, 종이와 잉크와 글씨체의 유형과 같은 물리적실마리나 날짜와 등장인물 이름, 줄거리와 같은 내적인 단초까지 동원하여 원질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Douglas 2013). 수정과 개작의 과정을 통하여 작품의 내용과 의미의 변화를 읽을 수 있으며 작가 의식의 성숙도를 고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기록의 특성을 잘 보존하기 위해선 기술 내용과 방식 면에서도 문학자료에 적절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Hobbs(2006)는 작가의 글쓰기의 행위와 과정에 대한 본질적인 사유를 기술에 반영함으로써 문학기록의 본질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캐나다 기록물기술규칙(RAD)과 같은 기술 규칙을 확장하여 사용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RAD의 기술요소 중 ‘범위와 내용’ 요소를 넓게 해석하여 문학기록의 장르, 스타일, 등장인물에 대한 창의적 해석과 다른 창의적 표현 형태를 기술함으로써 작가와 기록과의 관계, 창작 행위와의 관계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ISAD(G)와 같은 국제기록물기술규칙을 기술의 표준으로 삼되, 기술 대상의 특성과 유형에 맞게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것이 기록물 기술의 본래 의도에 충실함을 강조한 것이다.

3. 해외 문학기록의 조직화 사례 연구

1) 문학기록에 대한 통합 목록 개발 사례

문학기록의 분산성은 아주 흔한 현상이어서 문학기록 관리 방법론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분산 컬렉션’ 문제는 1950~60년대 북미 지역의 기관이 영국과 아일랜드의 문학 작가의 기록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면서 대두되었으며 통합적인 검색도구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북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학자료의 수집에 소극적이었던 영국은 뒤늦게 문학자료 관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국에 소장되어 있는 문학자료의 소재 파악을 위해 1982년부터 국가 차원의 소장위치 등록부(National Location Register, 이하 등록부)를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2005년엔 ‘GLAM(Group for Literary Archives and Manuscripts: 이하 GLAM)’이라는 문학큐레이터 집단이 결성되면서 국가 차원의 수집 정책을 마련하였다. GLAM은 영국 문학 작가 집단과 연합하여 문학기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현황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Baker et al. 2010). 2010년 북미지역에서도 예일대학 희귀도서 및 필사본 도서관을 중심으로 GLAM-NA(North America)가 결성되었다.

영국 리딩 대학은 2012년 GLAM과 GLAM-NA의 회원 기관과 협력하여 문학기록에 대한 접근 및 보존 문제를 협력하기 위하여 ‘디아스포라 문학 아카이브 네트워크(Diasporic Literary Archives network: 이하 ‘디아스포라 아카이브’)’라는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디아스포라 아카이브’는 영국의 연구교육재단인 레버흄 재단과 자선기관으로부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기금을 지원받아 구축되었으며, ‘디아스포라 컬렉션’ 목록을 통해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는 유명 작가의 컬렉션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Baker et al. 2010). 나아가 ‘디아스포라 아카이브’는 2013년 ICA의 문학예술분과의 인가받은 프로젝트가 되면서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아스포라 아카이브’에서 ‘분산 컬렉션’의 소장기관 명부(directory) 형태로 제공되는 것이 ‘디아스포라 컬렉션’이다. 이는 문학 컬렉션의 국가 간 이동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전 세계에 분산되어 있는 문학 컬렉션을 일부 선별하여 보여주고 있다. 다음 [그림 1]은 본 연구에서 사례 분석 대상으로 삼은 작가 엘리엇을 검색어로 입력한 ‘디아스포라 컬렉션’ 목록의 일부와 목록과 연계된 프린스턴대학 도서관 검색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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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엘리엇의 ‘디아스포라 컬렉션’ 목록(좌)과 연계된 프린스턴대학도서관 검색화면(우)

현재 명부에서 제공하는 엘리엇의 컬렉션은 총 12건이다. 소장기관은 하이퍼링크로 바로 연결되어 있어 해당 기관의 검색화면으로 안내된다.

2) 개별 문학기록의 조직화 사례

(1) 엘리엇(Thomas Stearns Eliot) 문학기록

[황무지]의 작가 엘리엇의 기록은 ‘디아스포라 컬렉션’의 검색 결과, 출생지인 영국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등 3개국 총 12개 기관에 분산 소장되어 있다. 영국 3개 기관, 캐나다 1개 기관, 미국 8개 기관으로, 미국 하버드대학 휴턴도서관이 단일 기관으로는 가장 많은 엘리엇 기록을 소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부설 도서관 및 공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유명작가의 컬렉션은 19세기부터 연구와 교육 목적으로 수집하고 복제한 컬렉션들로(Pugh 1992; 설문원 역 2004), 도서관의 필사본 부서에서 기록학 원칙에 따라 정리, 기술하고 검색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기관의 컬렉션 정리체계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하버드대에 있는 휴턴도서관의 경우, 엘리엇 기록은 단일 컬렉션 외에 엘리엇 가문과 엘리엇 지인의 컬렉션과 함께 여러 컬렉션으로 분산되어 소장되어 있다. 동일 인물의 기록이 여러 컬렉션으로 분산되어 있는 것은 컬렉션을 수집한 날짜나 수집한 직접적 출처를 구분하여 개별 컬렉션으로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오로지 엘리엇 기록으로만 구성된 컬렉션은 10여개의 컬렉션으로 총 규모 26박스와 13권의 규모이다. 이 중 한 컬렉션(T. S. Eliot papers, 1878~1958)의 정리체계를 살펴보면 ◌엘리엇 작품 관련 필사본과 관련 서신 ◌엘리엇의 강의와 연설 관련 필사본과 관련 서신 ◌기타 서신 ◌노트·낱장의 서신·잡류로 구성된 시리즈 등 총 4개 시리즈이다.

프린스턴대학 도서관도 ‘엘리엇 컬렉션(T. S. Eliot Collection 1929~1962)’을 비롯한 몇 개의 컬렉션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 중 주요 컬렉션은 주로 엘리엇의 서신이며 이외에 사진 몇 장, 타이핑한 시, 교정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2개 상자의 규모로 입수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다.

텍사스대학의 해리랜섬 인문학연구센터는 총 6개 상자 분량의 기록을 작품, 서신, 개인자료, 제3자의 작품과 서신 등 4개 시리즈로 정리하여 소장하고 있다. 뉴욕공립도서관의 경우 필사본과 타자 원고, 서신, 법률문서, 자화상 등의 시리즈로 정리하여 소장하고 있다. ‘필사본과 타자 원고’ 시리즈는 작품과 관련된 기록만 모아서 정리한 것이다.

캐나다는 빅토리아대학 도서관 1개 기관에서 엘리엇 기록을 소장하고 있으며, ICA AtoM 모형에 따라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사례이다. 빅토리아대학 도서관의 컬렉션은 엘리엇의 서신 82건, 사진 2건, 강연 타자원고 초안 1건, 비평원고 1건 등으로, 6cm 두께 기록과 사진 2장 규모이다.

(2)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 이하 울프) 문학기록

울프의 기록은 영국 서섹스대학 도서관, 영국 국립도서관 필사본 부서,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 텍사스대학 해리랜섬인문학연구센터,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도서관 등 5개 기관에 분산되어 소장되어 있다. 이중 영국 서섹스대학 도서관의 울프 기록은 주요 컬렉션 중의 하나이며, “뭉크하우스 기록(Monks House Papers: papers of Virginia Woolf and related papers of Leonard Woolf)”이라는 별개의 웹 페이지의 검색도구로 연계되어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 소장된 울프의 기록은 엘리엇의 기록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으므로, 영국 서섹스대학에 소장된 “뭉크하우스 기록”의 정리체계만 살펴보았다.

“뭉크하우스 기록”은 울프와 그의 남편 레오나르드 울프가 1919년부터 1940년까지 뭉크하우스에 살면서 생산하고 수집한 컬렉션으로, 컬렉션 검색도구는 ISAD(G)에 따라 기술되었다. 이 컬렉션은 서신, 필사본, 신문 스크랩의 세 그룹(section)과 추가 자료 및 도서 등 5개의 그룹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울프에 관한 기록은 서신, 필사본, 신문 스크랩의 세 그룹에 분산되어 있다. 여기엔 울프의 초기 저널에서부터 ‘The Watering Place’라는 마지막 단편 소설의 원고를 포함하여, 울프의 경력에 대한 기록을 포함하고 있다. 각 그룹의 ‘내용과 구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서신(Correspondence) 그룹은 5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 레오나르도 울프와 울프가 결혼 전 후에 주고받은 서신 ◌ 레오나르도 울프의 일반 서신 ◌ 울프의 편지 출판에 관하여 레오나르도 울프가 여러 사람들과 주고받은 서신 ◌ 울프의 일반 서신 ◌ 책 또는 자료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서신이다. 서신 중에는 울프의 성격을 알 수 있거나 레오나르도 울프가 울프의 주치의와 상담한 건강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울프가 교류했던 저명한 인사들과 주고받은 서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중 엘리엇과 주고받은 78통의 서신의 복사본이 포함되어 있어 엘리엇과 울프의 관계를 재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편집자 및 울프의 팬으로부터 받은 편지도 소장되어 있다.

② 필사본(Manuscripts) 그룹은 ‘생애에 관한 필사본’과 ‘작품에 관한 필사본’ 2개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필사본에는 울프의 소설과 에세이에 관한 필사본이 덜 알려진 작품의 기록과 함께 정리되어 있다. 또한 필사본은 울프의 미출간 또는 사후에 출간된 작품과 연결되어 있으며, 단편, 초고, 재창작 기록(re-workings)을 포함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생애기록도 있으며, 작품 노트가 상당량을 차지한다.

③ 신문스크랩 및 도서 비평(Press cuttings: Reviews of Books) 그룹은 ‘울프의 비평글’과 ‘울프에 관한 비평글’ 2개의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

(3)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이하 레싱) 문학기록

레싱은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인 [황금노트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영국 작가이다. ‘디아스포라 아카이브’에서 그의 기록은 영국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과 미국의 툴사대학 맥팔린 도서관과 텍사스대학의 해리랜섬인문학연구센터에 분산되어 있는 것으로 검색된다.

먼저 작가의 출신지인 영국의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은 작가 생존 시부터 관계를 맺고 있던 곳으로, 2008년에 상당량의 개인 기록을 처음 기증받은 이후 작가 사망 후에 추가로 기증받으면서 서너 개의 컬렉션에 90여개가 넘는 수집상자 분량에 달하는 기록을 소장하고 있다. 이 컬렉션엔 주로 레싱의 연서, 행사와 세미나 기록, 작품에 대한 신문 스크랩, 다른 작가의 작품에 대한 리뷰와 기고문, 여행 기록, 사진 등 생애에 관한 개인 기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신은 연대순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다른 기록들은 신문 스크랩, 사진 등 기록물의 유형이나 활동을 반영하여 시리즈가 구성되어 있다.

미국 툴사대학에 있는 레싱의 기록은 총 3개 상자 분량으로, [생존자의 회고록]이나 [선한 테러리스트]와 같은 작품이 출간되기까지의 작품별 수정본이나 인쇄교정본 등이 모두 보존되어 있다. 작품의 초안부터 최종 출간본 까지 다른 판형이 건별로 기술되어 있어 수정 차수에 따른 작품의 발전 방향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으로 문학기록의 특성을 보여준다. ‘생존자의 회고록’ 원고의 기술목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손으로 수정한 타자원고 초안

② 다른 버전의 미완성된 타자원고 초안

③ 손으로 수정한 두 번째 타자원고본

④ 손으로 수정한 미완성 타자원고본에 교체된 원고가 끼워져 있음

⑤ 손으로 수정한 세 번째 타자원고본

⑥ 손으로 수정한 최종 타자원고본

⑦ 이전에 손으로 수정한 타자원고본과 유사한 갤리인쇄 교정본(Galley proofs)

텍사스대학 해리랜섬 인문학센터에 있는 레싱 컬렉션은 총 76개의 수집 상자에 달하는 규모로, 레싱의 작품에 관한 기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품 기록은 장편, 단편, 드라마 작품, 시가류 등 장르별로 시리즈가 정리되어 있으며, 나머지 개인 기록은 온전한 생애 기록과 경력 기록으로 시리즈가 구분되어 있다.

(4)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 이하 베케트)

아일랜드 출신의 프랑스 극작가이자 소설가 베케트가 쓴 다양한 희곡 작품과 서신, 그리고 연극 상연과 관련된 공연 기록 등이 미국,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프랑스 등에 걸쳐 총 10개 소장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것으로 검색된다.

이중 미국 워싱턴대학 올린도서관에 소장된 베케트의 여러 컬렉션 중 하나는 베케트의 희곡작품 [고도를 기다리며]와 관련된 아이템 3건으로 구성된 것으로 연극화되는 문학작품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기록이란 점에서 시선을 모은다. 이 컬렉션은 베케트가 연극 공연 시의 프롬프터용으로 이용한 대본들로, 베케트와 친구인 클러치가 리허설이나 공연을 하면서 주석을 추가하거나 리허설 상황에서 베케트가 지시한 수정사항을 클러치가 성실하게 대본 위에 받아 적은 내용이 추가되어 있다. 베케트는 희곡 작품은 처음 집필 당시에는 서투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실제 감독 행위를 통해 수정된 대본이야 말로 희곡의 텍스트와 무대 감독 부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베케트 고유의 창작 행위는 그가 직접 감독하면서 세묀하게 수정한 프롬프터용 대본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러한 특징이 대본기록과 그 검색도구에 기술되어 있다. 검색도구의 건별 기술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고도를 기다리며(Item 1: Waiting for Godot. New York: Grove Press, 1954) : 프롬프터용 대본으로, 베케트가 스스로 감독하였으며, 1975년 독일 ‘실러 극장(Schiller-Theater)’에서 상영된 베를린 제작사의 주요 공연에서 사용된 것이다.

② 고도를 기다리며(Item 2: Waiting for Godot. New York: Grove Press, 1954): 두 번째 프롬프터 대본은 “1984년 런던에서 상영된 대본”이란 주석이 붙어 있다. 이 대본은 1975년 버전에 베케트가 다시 수정한 것으로 주석과 변경 사항이 다시 추가된 대본이다.

③ 1965년 독일 실러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을 위한 프로그램 안내지

3) 시사점 종합

‘디아스포라 아카이브’에서 엘리엇, 울프, 레싱, 베케트 등 해외 유명 작가 4인의 ‘분산 컬렉션’의 검색도구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디아스포라 아카이브’는 해외 작가들의 ‘분산 컬렉션’에 대한 정보를 일차적으로 접할 수 있는 통합 창구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그 목록은 바로 개별 기관의 검색도구로 연계되어 상호 참조가 가능함으로써 문학기록의 ‘분산성’을 보완할 수 있게 하였다. 다만 ‘디아스포라 컬렉션’목록은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컬렉션에 대한 통합 접근 창구이므로 국가 차원의 통합 검색도구나 개별 컬렉션 조직화와 관련해선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

둘째, ‘디아스포라 아카이브’와 연계된 기관별 검색도구는 국가별로 차이를 보였다. 영국은 영국 전역의 문학자료에 대한 등록부와 기관별 검색도구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기관별 검색도구는 도서관과의 통합 목록을 제공하거나 기록관의 전형적인 검색도구를 제공하는 방식인데, 도서관과의 통합 목록은 건별 목록을 나열하는 방식이어서 자료들간의 유기적 관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미국은 한 도서관 내에서도 동일 작가에 대한 여러 컬렉션을 입수 순서에 따라 별도로 구축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컬렉션 정보를 개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일 작가에 대한 연관 컬렉션에 대한 정보는 검색도구 내에 포함시켜 상호 참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캐나다는 ICA AtoM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검색도구를 제공하고 있어, 단일한 게이트웨이를 통해 개별 기관에서 구축된 데이터를 모으면 여러 기관의 소장 자료와 작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합 창구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개별 컬렉션의 정리에 적용된 조직화 원칙은 문헌연구에서 살펴본 세 가지 원질서가 모두 발견되었으나, 그 중 작가의 작품이나 활동을 반영하여 새로이 원질서를 부여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작가의 기록과 같은 개인 기록은 원질서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하나의 컬렉션은 작가의 행위나 기능, 또는 기록물 유형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구분되었다. 즉, 행위나 기능을 중심으로 작품과 관련된 기록과 생애 기록으로 구분하거나 유형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필사본이나 시각 기록으로 정리되었다. 작품에 관한 기록은 세부적으로는 또 기록의 기능에 따라 서신, 원고류, 취재노트 등의 형태로 구분되기도 하며, 주요 작품에 관한 기록과 기타 작품에 관한 기록으로, 문학 작품의 장르에 따라, 소설, 시, 산문 등으로 분류되었다. 작가의 주요 작품과 관련된 기록은 해당 작품에 관한 기록만 모아서 별도의 시리즈로 편성되었다. 하나의 컬렉션에 둘 이상의 질서가 혼재되는 경우도 존재하였다. 하버드대학 휴턴도서관에 소장된 엘리엇 관련 컬렉션(Henry Ware Eliot T. S. Eliot collection, 1881~1994)의 검색도구에는 기증자인 엘리엇 가족이 구축한 원질서도 존재하지만 작품 및 저술과 관련된 기록은 원래의 시리즈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시리즈로 정리되는 등 보존소에서 새로이 원질서를 구축한 사례임을 밝히고 있다.

컬렉션 내의 시리즈 배열순서는 기록의 중요도 순으로, 즉 ‘작품과 직접 관련된 기록>작품과 관련된 기타 기록>서신>개인 기록’ 순으로 배열되었다. 한 시리즈 내의 배열순서는 알파벳 순서나 날짜 순, 경우에 따라 중요도 순으로 배열되었다. 작가의 작품 창작의 과정이 고스란히 시리즈의 배열 순서에 반영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러한 정리, 기술 방식은 그야말로 창작행위와 작품과의 관계를 통해 창작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문학기록의 가치를 부각시킨다.

4. 국내 문학기록의 조직화 방안

1) ‘분산 컬렉션’ 통합 접근을 위한 조직 모형

‘디아스포라 아카이브’ 사례에서 살펴본 ICA AtoM은 웹 기반 기록물 기술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서 ICA의 표준 ISAD(G), ISAAR(CPF), ISDIAH, ISDF 등에 따라 복수의 기록관리기관이 소장한 기록을 기술하여 다원적 엔티티 구조의 검색도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이해영 2013).

이를 국내 문학관 소장 자료의 통합 검색도구로 구현하려면 ‘문학기록’은 보존기록 기술표준(ISAD(G): General International Standard Archival Description)에따라 기술되며, ‘작가’ 정보는 보존기록 생산자를 위한 기술표준(ISAAR(CPF): International Standard Archival Authority Record for Corporate Bodies, Persons and Families)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또 ‘문학관’에 대한 정보는 소장기관 기술을 위한 표준(ISDIAH: International Standard for Describing Institutions with Archival Holdings)에 따라 개별적으로 기술하면 세 가지 엔티티의 관계 및 연관된 정보를 표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 나아가 단일한 게이트웨이를 통해 연계시키면 캐나다의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역사기록을 위한 포털 사이트인 ‘MemoryBC’처럼 한국문학관 소장 자료에 대한 통합 접근이 가능하다.3)예를 들어 한국문학관 ‘전국문학관 소장 자료 DB’를 ICA AtoM 기반 통합 검색 포털로 개발하여 작가 ‘조정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보존기록 생산자에 대한 전거레코드 및 조정래 관련 컬렉션에 대한 목록이 검색 결과로 제시되도록 구현할 수 있다. 소장기관 정보는 컬렉션 검색도구 내에서 링크로 연계된다. 이는 다음 [그림 2]와 같이 ‘문학기록-작가-문학관’ 관련 기술정보를 연계하는 모형으로 구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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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ICA AtoM 기반 ‘기록-작가-문학관’ 기술연계 모형

‘기록-작가-문학관’ 관련 기술연계모형을 대하소설 [아리랑]과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 관련 문학관인 아리랑문학관과 태백산맥문학관, 그리고 각 문학관 소장 자료에 적용해 보았다. 아리랑문학관은 전북 김제시에서 운영하는 벽제아리랑사업소 소관 기관으로 [아리랑] 및 작가의 기타 작품 관련된 육필원고, 작품 구상 및 취재와 관련한 메모, 노트, 작품일정표 등과 집필 및 취재활동과 관련된 박물류 350점이 소장되어 있다. 조정래 작가는 작품 구상 및 취재 단계에서 꼼꼼하게 기록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작가의 집필 활동과 관련한 매일의 일정과 작업량을 ‘집필누계표’로 남겨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성실성을 읽을 수 있다. 소장 자료의 대부분은 디지털화가 완료되었으나 현재는 전시 위주로 제공되고 있다.

태백산맥문학관은 [태백산맥]의 무대인 전남 보성 벌교에 세워진 문학관으로, 소설 관련 작품 원고 및 취재수첩 등의 필사본, 작품 관련 단명자료, 박물, 작품에 대한 도서 초판본, 사진 등 자료와 박물류 총 583점이 소장되어 있다. 소설 [태백산맥]은 1994년부터 11년간 이념문제로 법적 분쟁까지 갔으나 2005년 3월 무혐의 처분 받으며 종결될 만큼 사회적 파장이 큰 작품이어서 태백산맥문학관에는 작품 관련 신문스크랩 및 고소 및 고발장, 협박성 ‘경고’ 편지, 작가의 관련 ‘유서’ 등 다른 문학작품에선 볼 수 없는 기록이 다량 전시,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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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조정래 작가, 관련 컬렉션, 관련 문학관 기술연계 모형

[그림 3]과 같이 ‘기록-작가-문학관’ 관련 기술연계 모형은 개별 엔티티에 대한 정보를 ISAD(G)(문학기록), ISAAR(CPF)(작가), ISDIAH(문학관) 표준에 따라 기술하여 관련 항목에서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의 검색도구를 웹 기반 검색 포털에서 제공하면 관련 기술 항목이 링크로 활성화되는 방식으로 연계될 수 있다. 기술레코드 중 링크로 연계되는 기술 요소를 중심으로 사례를 제시하면 다음 [표 1]과 같다.

[표 1] ‘아리랑컬렉션, 태백산맥컬렉션-조정래-아리랑문학관, 태백산맥문학관’ 연계 기술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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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조정래 작가에 대한 정보는 ISAAR(CPF) 표준에 따른 전거레코드에서 상세하게 기술된다. 먼저 ‘전거명칭’에선 작가명이자 생산자명(링크 (②-1과 ④-2))을 기술한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문학기록의 기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정보이므로, ISAAR(CPF) 기술요소 중 ‘기술영역’의 ‘연혁’, ‘기능, 업무, 활동’ 기술 요소를 상세히 기술한다. 동일 작가의 문학관에 대한 정보는 ‘관계영역’의 ‘관련 단체명(링크 ③과 ①-1)’에서 기술할 수 있다. ISAAR(CPF)의 기술 요소로서 ‘관련 단체명’은 원래 특정 문단이나 협회, 소속 기관 등 작가가 소속해서 활동했던 조직에 대한 정보를 기술하는 요소이나 본 연구에선 관련 문학관에 대한 정보를 기술하는 항목으로 활용하였다.

조정래 작가의 기록은 ISAAR(CPF)의 마지막 기술항목인 ‘관련 자료명(②-3)’에서 기술되어 ISAD(G)의 관련 요소(링크 ④-1과 ④-5)와 연계될 뿐만 아니라, ISDIAH 표준에 따른 소장기관에 대한 기술레코드(각 문학관의 ‘기록물 및 기타 소장물’: 링크 ①-2)와 연계될 수 있다. 또한 ISAD(G)의 ‘생애이력’ 항목은 ISAAR(CPF)의 관련 항목과 연계(조정래의 ‘연혁’: 링크 ②-2와 ④-4)될 수 있다. ISAD(G)의 기술 항목을 통하여 조정래 작가와 관련된 다른 컬렉션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계(개별 컬렉션의 ‘관련 기술 단위’: 링크 ①-2와 ④-5)가 구축된다. 또 ISAD(G)에 기술 요소를 추가하면 개별 컬렉션과 관련 문학관에 대한 정보가 연계(개별 컬렉션 ‘소장기관’: ④-3과 링크 ①-1)될 수 있다.

이 밖에 작가 정보 중 다른 동료 작가와 문단과의 관계도 작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이므로, ‘관계영역’ 항목과 요소를 활용하여 문학 작가의 작품 활동, 작가 생애, 작가와 영향력을 주고받은 관련 단체 및 관계인에 대한 기술이 필요하다. 한국근대문학작가들은 동인지를 중심으로 문단을 형성하여 활동하는 특징을 보여 왔다. 현대 문학 작가의 경우 이러한 경향성은 찾기 어려우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작가가 관계한 단체나 조직 및 동료에 대한 정보는 작가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정보이므로 작가정보를 기술할 때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ISAAR(CPF)에 따라 조정래 작가의 정보를 기술한 사례는 다음 [표 2]와 같이 제시할 수 있다.

[표 2] ISAAR(CPF) 표준에 따른 작가 조정래 기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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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IAH의 기술 요소인 ‘기록물 소장기관 이력’이나 ‘지리 및 문화적 맥락’ 요소에 대해 두 문학관의 상세 정보를 기술하게 되면, ‘분산 컬렉션’의 소장기관으로서 개별 문학관의 연혁 정보나 지리적·문화적 환경을 둘러싼 설립 배경에 관한 정보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또한 문학관에 대한 운영 주체 및 문학관의 자료 관리 및 수집정책에 대한 정보를 관련 요소에서 제공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영하는 개별 문학관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ISDIAH 표준에 따라 아리랑문학관에 대해 기술하면 다음 [표 3]과 같다.

[표 3] ISDIAH 표준에 따른 아리랑문학관 기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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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문학관의 컬렉션을 기술할 때에는 ISAD(G)에 따른 계층적 정리·기술 체계를 적용하면 개별 기록들 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드러내고 전체 컬렉션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기존 문학관의 소장 자료 목록은 일반적으로 박물관의 유물관리 방식에 따른 건별 목록 형태여서 유사한 성격의 자료 및 기관 전체 소장기록에 대한 정보에 총체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ISAD(G)에 따라 다계층적으로 기술하면 태백산맥문학관에 소장된 소송 관련된 기록들을 하나의 시리즈로 구성하여 소송의 전개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정리·기술한다던가, 창작의 과정과 행위의 특성에 따라 취재수첩과 ‘주인공들 기록장’, ‘줄거리 정리집’ 등 작품 구상에 관한 기록과 육필원고를 연계하여 기술하면 작품 및 창작과정을 이해하는데 보다 입체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랑컬렉션에 대한 기술 사례는 다음 [표 4]와 같다.

[표 4] ISAD(G) 표준에 따른 아리랑컬렉션 기술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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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별 컬렉션 조직화

국내 문학관의 경우 전시 목적으로 소장자료를 활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해외 사례처럼 문학기록에 대한 적절한 분류체계나 검색도구를 제공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다. 본 절에서는 아리랑문학관의 소장컬렉션에 대한 분류체계를 시범적으로 설계함으로써 문학기록에 적절한 조직 모형을 제시하였다.

국내 문학관은 특정 작가를 기리는 기념관과 박물관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문학기록 외에 집필과 관련된 다양한 집기와 박물을 비롯하여, 작품 및 작가에 관한 동영상, 작가 및 작품과 관련한 연구서 및 평전류 등 작가와 관련된 일체의 자료가 망라적으로 수집, 보존되어 있다. 아리랑문학관도 작가가 기증한 집필도구 등 박물류나 작가 관련 연구 자료와 초판본이나 번역본 등 여러 판본으로 출판된 작품 도서 등이 소장 자료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분류체계 설계 시에는 이를 모두 고려하였다. 반면 해외 사례처럼 서신이 많지 않아 개별 시리즈로 분류하지 않았으나 최명희문학관 같이 지인과의 서신이 많은 경우엔 별도의 시리즈로 구분하여 정리·기술하는 것이 작가와 관계된 인물이나 단체에 관한 맥락 정보를 보다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컬렉션 내의 시리즈는 해외 사례처럼 창작이나 출간 행위와 관련된 시리즈와 기록의 유형이나 형태를 기준으로 논리적으로 재구성한 원질서를 적용하였다.

아리랑문학관에는 대하소설 [아리랑] 육필원고 2천매(1점)와 한국일보 신문연재를 위한 교정본 및 삽화가 소장되어 있다. 소장 자료명은 문학관 및 작품명을 반영하여 ‘아리랑컬렉션’으로 명명하였다. 소장 자료는 총 350점에 달하는 기록, 도서, 박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장 자료의 대다수는 [아리랑] 작품 관련 기록이다. ‘대하소설 아리랑’이란 작품 시리즈 하위에 ‘원고류’, ‘창작과정 기록’, ‘출간본’으로 하위 시리즈를 구분하였다. ‘원고류’에는 육필원고와 신문교정본·삽화로 구분하고, ‘창작과정’에는 취재수첩, 사투리 모음집, 줄거리 구성도 등을 포함하였다. ‘출간본’에는 도서 초판본 및 [아리랑] 게재 잡지 등으로 구분하였다.

그 밖에 조정래 작가의 기타 작품인 [황토], [누명] 등과 관련한 원고나 영화화된 작품의 광고를 ‘기타 작품’시리즈로 구성하였다. ‘기타 작품’시리즈는 작품에 따라 세분하거나 작품의 영화화와 같이 작품 관련 다른 기록으로 구분한다. 소장 자료 중에는 가족 사진, 군복무 수첩이나 독서노트, 일기, 자화상이나 캐리커처 같은 개인·가족 기록을 포함하여, 문학관에서 전시 목적으로 제작한 동영상 기록 등 다양한 유형과 형태의 기록이 존재한다. 대부분 개인기록에 해당되지만, 관리와 활용의 편의를 위하여 시청각 자료와 생애 자료로 구분하였다. 작가에 관한 연구자료는 하나의 시리즈로 묶어 연구논문과 평전 같은 도서로 세분하였다. 박물류에는 집필활동과 관련된 문구류를 비롯하여 취재활동 시 착용했던 의복류와 운동기구 등 집필 노동의 증거물과 상장·상패류를 망라하였다. ‘아리랑컬렉션’의 분류체계는 다음 [그림 4]와 같이 설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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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아리랑컬렉션’ 분류체계

분류체계는 계층적 위계를 가진 구조로 개발하여 구성기록 간의 유기적 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공통된 특성을 지닌 기록물에 대한 집합적 기술을 통해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를 통찰할 수 있도록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 절에서 살펴본 ‘아리랑컬렉션’ 기술 사례(표 4 참고)에서 더 나아가 ‘아리랑’ 작품 시리즈를 하나의 단위로 기술하면, 대하소설 [아리랑] 집필과 관련하여 작가의 오랜 시간 동안의 취재 행위와 증거물, 집필의 방식과 집필 노동에 대한 자세, 육필원고가 초안본과 교정본을 거쳐 출간본으로 완성되기까지의 창작의 과정과 작품의 일대기를 총체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 또한 하위의 ‘육필원고’를 ‘장(chapter)’ 단위로 구분한 뒤 ISAD(G)의 ‘내용과 구조’ 영역의 기술요소를 장르, 줄거리, 등장인물, 장소나 지명, 시간적 배경 등 하위 항목으로 기술하면 교재로 활용하거나 전시로 구성할 때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

3) 문학기록의 조직화 방안 종합

‘분산 컬렉션’ 형태의 문학기록과 개별 문학관의 컬렉션에 대한 조직화 방안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학기록의 분산성을 극복하기 위한 통합적인 검색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며, 이러한 검색도구는 ‘기록-작가-문학관’ 간의 관련 정보와 관계를 총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이 모형은 국내 문학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개별 문학관 중심 체계이므로 소장 컬렉션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별 특성을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기술할 수 있고, 복수의 소장기관에 대한 상세 정보를 기록 및 작가 관련 정보와 함께 제공할 수 있어 문학관 본래의 설립 취지에 가장 잘 부합한다. 또 국내 문학관의 컬렉션이 대부분 기증이나 파편적인 수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후 맥락과 생산이력, 작가와 작품과의 관계성 등에 대한 정보 축적이 필수적이므로, ‘기록-작가-문학관’ 모형에서 이러한 이력정보를 관리한다면 컬렉션 관리 및 활용 측면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전시 구성을 좀 더 다양하게 기획하는 등 문학관 운영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개별 컬렉션의 분류체계는 문학기록들 간의 유기적이고 다차원적인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계층적으로 정리·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존 소장자료는 이미 유물관리 방식에 따라 관리되어 왔기 때문에 입수시점의 원질서를 식별하기엔 어렵다. 이를 감안하여 개별 컬렉션의 분류체계를 새로이 개발할 경우 작품의 장르나 작가의 역할, 또는 기록물의 기능과 유형에 따른 논리적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태백산맥문학관에 소장된 [태백산맥] 소송 관련 기록은 출간과 관련된 신문 스크랩 기사 등 관련 기록과 함께 분류·기술함으로써 작가와 작품의 사회화와 관련된 현상을 고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집필계획, 사투리노트, 줄거리 구상도, 육필원고 및 신문교정본과 같은 원고류 등은 문학기록 고유의 특징과 기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창작의 과정이나 질서’를 반영하여 정리·기술한다. 이 때 ISAD(G)와 같은 기술표준은 문학기록의 특성과 유형에 맞게 융통성 있게 기술할 수 있도록 확장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이용자들이 ‘기록-작가-문학관’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이용하려면 검색을 위한 다양한 접근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 이용자가 접근하기 용이한 키워드 검색도구를 포함하여, 기록의 유형명, 계층명, 작가명과 문학관 명칭 등 접근점으로 선정된 어휘에 대한 전거제어를 포함하여 용어 표준화가 필요하다.

5. 맺음말

2023년경 설립될 국립한국문학관은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의 통합형 수집기관의 형태로 운영되고, 국립한국문학관 공간의 한 축인 기록관에는 문학기록의 보존·분류를 위한 수장고와 열람실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문화체육관광부 2019).

본 연구에서 제안한 ICA AtoM 기반 ‘기록-작가-문학관’ 기술연계 모형은 지방 소재 문학관, 대학 및 공공도서관, 개인 소장처 등으로 이곳저곳에 분산된 문학 컬렉션에 대한 통합 접근이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모형이다. 또한 개별 문학관 소장 자료를 대상으로 개발한 분류체계는 동일한 작가가 생산한 문학자료 간의 유기적 관계와 작가의 창작행위와 작품 간의 관계를 통찰할 수 있는 조직 모형이다. 한국문학관협회의 ‘전국문학관 소장 자료 DB’ 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구축할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도 본 연구의 조직 모형처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지방문학관을 중심으로 이미 구축해놓은 작가, 문학관, 문학자료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재가공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동일 작가의 ‘분산 컬렉션’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통해서 동일한 작가가 비슷한 시기, 유사한 활동에서 생산한 자료들 간의 유기적이고 다면적인 관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야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와 연구가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박경리 작가의 초기작이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품에 관한 자료는 대학이나 공공 도서관 보다는 작가와 관련된 개별 문학관이나 기타 개인 소장처에 소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분산 컬렉션’의 소장 위치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작가 박경리의 연구자는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내에서 ‘반쪽짜리’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도처에 분산되어 있는 문학자료 중에는 의외로 문학사나 문화사적으로 연구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충분히 연구·활용되지 못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분산 컬렉션’에 대한 조직 모형과 문학기록의 특성에 맞는 컬렉션 분류체계를 개발하면 기록학적 원칙에 따라 문학기록을 조직화할 수 있고 나아가 접근과 활용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검색도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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