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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Precedents about Defamation by Ghost Surgery Disclosure and Its Implication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에 관한 판례 고찰 및 시사점 : 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노2201 판결 중심으로

  • 전병주 (충북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
  • 한혜숙 (한국교통대학교 간호학과)
  • Received : 2020.11.17
  • Accepted : 2020.12.08
  • Published : 2021.03.28

Abstract

Despite the increased social demand for strengthening the punishment for ghost surgery in Korea, the governmental management is very passive compared to other offenses of medical law, and the punishment for ghost surgery is insufficient, so that medical malpractices are continuously occurring. A plastic surgeon who posted the names of clinics performing ghost surgery and the number of deaths on the internet bulletin board, was charged with the violation of the Information Telecommunication Act(defamation). Thus, this study aimed to present the legal/institutional issues and implications of defamation by the release of ghost surgery, by initially examining the charged case after posting the contents showing the death of patients by ghost surgery in clinics on the internet bulletin board. This study aimed to understand how strictly the court approached the ghost surgery in the aspect of public interest, and also to understand the judgment standard of punishment for defamation by investigating the publicly alleging facts and public interest by the disclosure of ghost surgery. Moreover, this study aims to provide the basic data necessary for guaranteeing the national health right by arousing attention to ghost surgery.

한국에서 유령수술에 대한 징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증대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는 다른 의료법 위반행위와 비교해 소극적이고, 그에 대한 처벌도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때로는 유령수술의 피해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피해 상황을 알리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의료기관은 책임을 회피하며 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 피해자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유령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명과 사망자 수, 합의 내용 등을 작성하여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이 다수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어서 비방할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하였고, 피고인은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유령수술의 피해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하여 기소된 사건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법·제도적 쟁점 및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하여 유령수술이 지속되는 사회적 실태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공익적 차원에서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하고,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사실의 적시와 공공의 이익에 규명함으로써 명예훼손 처벌의 판단기준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유령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하는 한편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 및 합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Keywords

I. 서론

최근 5년간 「의료법」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위반한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된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현황을 살펴보면1, 의료인이 아닌 자가 수술 등의 의료행위를 한 사례가 204건으로 나타났다[1]. 이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인 중에서 의사가 7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한의사 63건, 간호사 40건, 치과의사 30건으로 나타났다2. 그러나 무면허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의료인 면허가 취소된 처분은 18건에 불과하였고, 자격정지 처분이 186건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의료인의 자격정지 기간은 3개월 이내가 161건으로 조사되어 전체의 8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현황에서 나타난 일부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18년 의료기기 판매업체 대표에게 74회에 걸쳐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한 의사는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명의 간호조무사에게 90회에 걸쳐 안검 성형술(blepharoplasty)과 코 성형수술 등을 시키고, 택시기사에게 환자 소개비를 지급하는 등과 같이 심각하게 의료법을 위반한 의사에게도 자격정지 4개월의 행정처분을 부과하는데 그쳤다[1].

「의료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의 세부적 기준을 제시한「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에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 그리고 환자 동의를 받은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를 변경하면서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지 않은 경우에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전자를 ‘대리수술 (surrogate surgery)’ 그리고 후자를 ‘유령수술(ghost surgery)’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불법유형에 따라 2개 명칭을 구분하지 않고 ‘유령수술’이라는 용어로 많이 표현된다[2](본 사건에서 환자가 상담을 통해서 직접 수술할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시행하는 것에 대해 제1심 법원은 ‘유령수술’, 제2심 법원은 ‘대리수술’이라고 표현하였다. 본 사건 피고인은 게시판에 ‘유령수술’이라고 작성하여 이하에서는 ‘유령수술’로 통일하였음). 유령수술은 환자에게 생명의 위험을 초래하는 중대한 불법적 의료행위이지만, 의료인에 대한 처벌은 상대적으로 관대하여 국민 법감정(法感情)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일부 의료기관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고 심지어 환자가 사망하면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대한 엄벌론이 사회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의료법」제4조(의료인과 의료 기관 장의 의무)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을 즉시 개정한 바 있다. 즉, 일회용 의료기기를 한번 사용한 후 다시 사용한 경우에 의료인에게 자격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부과하고, 일회용 의료기기를 다시 사용하여 환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최근 유령수술에 따른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유령수술에 대한 징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증대되고 있지만, 정부 관리는 다른 의료법 위반행위와 비교해 소극적이고, 그에 대한 처벌도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3].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대학생이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과다출혈로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성형외과에서는 같은 시간대에 3개 수술을 진행하여 집도의인 원장은 대학생 수술의 일부만 집도하고 다른 환자 수술을 위해 수술실을 나갔으며, 환자에게 고지되지 않은 신입 의사가 그 수술을 진행하였다. 신입 의사 역시 다른 수술실을 오가며 수술하였고, 이 과정에서 간호조무사 혼자 수술 부위를 지혈했지만 피해자는 3, 500cc 피를 흘리고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하였다[4]. 이에 대해 2019년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의료법(진료기록부 서명 미기재 등) 위반 혐의로 성형외과 원장과 신입 의사를 불구속 기소하였고, 재판 결과에 따라 의사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 즉, 성형외과 원장과 신입 의사, 간호조무사가 공동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한 점에 대해서 기소하지 않았다3.

대학생 사망 사건은 유족과 피해자가 다니던 대학교 학생들이 유령수술의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병원 내 CCTV 영상을 확보하여 사건이 공론화된 것이다[5]. 그러나 대체로 성형수술 중 뇌사 또는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보호자와 의료기관이 합의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사고에 대한 침묵 약정이 포함된 합의서를 작성하여 현실적으로 성형사고에 대한 공론화가 쉽지 않다. 더욱이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은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사과 대신에 면담을 지연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경우가 있다[6][7]. 때로는 의료기관이 피해자가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여 관련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명예훼손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피해자는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피해구제를 받는데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8].

이러한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인터넷 언론기사의 댓글 게시판에 이른바 ‘유령수술’에 따른 피해와 관련된 글을 작성하였다. 즉, 성형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작성자가 유령수술을 시행하는 구체적 병원명과 함께 확인되지 않은 수술 사망자 수, 합의 내용과 보험처리 관계 등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한 것이다. 이에 따라 병원을 운영하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 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으로 기소되었다(이하에서는 「정보통신망법」이라고 함).

이에 대해 최근 법원은 게시판에 작성한 내용의 일부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적시한 사실이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으로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 노2201 판결). 즉, 피고인이 게시한 내용의 일부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지만, 병원에서 영리목적으로 이루어지는 유령수술의 위험성과 그에 대한 정보는 시민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정보임이 분명하고, 시민들은 유령수술에 관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 필요와 권리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게시판에 적시된 사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된 것이어서 부수적으로 다른 사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검사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아니하여 본 사건의 공소사실에 대해 최종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유령수술의 피해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 언론기사의 댓글 게시판에 작성하여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공익적 차원에서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법·제도적 쟁점 및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하여 유령수술이 지속되는 사회적 실태에 대해 법원이 얼마나 공익적 차원에서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하고,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사실의 적시와 공공의 이익에 규명함으로써 명예훼손 처벌의 판단기준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나아가, 유령수술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담보하는 한편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 및 합의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대상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

피고인(남, 52세)은 성형외과 의사로서 2018. 2. 4. 00:56경 천안시 서북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A, B, C 등의 병원은 유령수술을 하다가 2∼3백명이 죽었다는 소문이 의사들 사이에서 파다하다”는 내용과 함께 “유족에게 3억5천만원을 지급하여 입을 막고 다시 보험회사에서 그 금액을 돌려받았다”라는 내용을 인터넷 언론기사의 댓글 게시판에 작성하였다. 이에 따라 병원을 운영하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2. 제1심 판결

사건의 제1심 법원은 피고인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피고인이 작성한 일부 내용(유령수술로 2∼3백명 이 죽었다)에 대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으나, 피고인이 작성한 댓글의 다른 부분(유족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고 입을 막는다)은 주요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고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더라도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댓글 작성 목적이 유령 수술의 문제점을 알리려는 것이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공소사실 중 일부에 대해 허위로 볼 만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상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23. 선고 2019고합227 판결).

이에 검사가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하며 항소하였다.

3. 항소심 판결

사건의 항소심에서도 피고인이 작성한 댓글의 일부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댓글의 다른 부분은 주요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여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병원을 운영하는 피해자는 댓글 내용으로 인하여 명예가 침해되고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으나, 실제 일상적으로 유령수술을 해왔으며 사망 등의 의료사고도 발생하였던 병원이라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피고인이 댓글에서 적시한 사실이 다수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어서 병원을 운영하는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 노2201 판결). 이런 항소심 판결에 대해 검사가 상고를 포기하여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되었다.

Ⅲ. 판결에 대한 논의

「정보통신망법」에서는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 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규제하여 인격을 보호하고 있다4. 그러나 개인의 외적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사회적 소통을 저해하거나 공론화 과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9]. 실제로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거나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가해자가 명예훼손죄를 대응도구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8]. 이번 사건에서도 병원 운영자가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된 유령수술과 관련 내용이 자신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 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죄에 있어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 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진술 내지 보고 등을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명예훼손죄에서 판단할 진술, 보고가 사실인가 또는 의견인가를 구별함에 있어서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문제된 말이 사용된 문맥, 해당 표현이 제기된 상황 등의 전체적인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1998. 3.24. 선고 97도2956 판결;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 17237 판결 등). 여기서 사실의 적시는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표현이어야 하며, 그 개인에 대해 명시적으로 성명이 기재될 필요는 없으나,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그를 파악할 수 있으면 된다. 또한, 사실 적시의 방법은 제한이 없으므로 강연과 문서는 물론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게시하거나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경우에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10][11].

또한 명예훼손죄의 관련 규정들은 명예에 대한 침해가 ‘공연히’ 또는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행위태양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사전적으로 ‘세상에서 다 알만큼 떳떳하게’ 또는 ‘숨김이나 거리낌이 없이 그대로 드러나게’라고 설명하고 있다. 판례 역시 공연성에 대하여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08. 2. 14. 선고 2007도8155 판결). 이러한 ‘공연성’을 행위태양으로 규정한 것은 특정 정보가 유포되어 사회적으로 유해한 명예훼손 행위만을 처벌함으로써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

그러나 최근에는 인터넷,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과 보편화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명예훼손적 표현이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부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인격에 대한 가치판단을 저해하는 표현이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면, 정보통신망에서의 빠른 전파력과 광범위한 파급효과로 인하여 개인의 명예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그 피해 회복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일반적이다(헌재 2016. 2. 25. 선고 2013헌바105, 2015헌바 234(병합) 결정).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사실에 기초한 왜곡된 의혹 제기, 편파적 의견 내지 부당한 평가를 적시함으로써 실제로는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와 다를 바 없거나, 적어도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적시한 사실이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허위인 경우에 피해자가 반론이나 반박 글을 게시하더라도 논리적인 구성이나 설득력에 따라 명예훼손적인 글에 대한 상쇄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으며, 이미 광범위하게 유포된 이후에는 사후에 일일이 확인하여 삭제하거나 반박 내용의 게재를 요청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명예훼손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헌재 2016. 2. 25. 선고 2013헌바 105, 2015헌바 234(병합) 결정). 따라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에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

한편,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 피고인이 공연히 사실 적시를 하여야 하고, 그 적시한 사실이 개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서 허위이어야 하며, 피고인이 그와 같은 사실이 허위라고 인식하였어야 한다. ‘허위’라는 개념은 진실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현재의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그 허위 판단이 모호하지만[12], 적시된 내용이 허위의 사실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적시된 사실의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다소 차이가 있거나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1. 6. 10. 선고 2011도1147 판결; 대법원 2017. 4. 7. 선고 2016도11215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유령수술에 대한 내용 중 합의 내용과 보험관계 등의 내용은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였지만, 유령수술로 2∼3백명이 죽었고, 그 소문이 의사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제시한 부분은 허위 사실이라고 지적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 노2201 판결). 그러나 본사건의 작성자가 그것을 허위라고 인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작성자는 판결서에 제시된 바와 같이 성형외과 의사회 법제이사로서 유령수술 진상조사위원회에 5년 넘게 활동하며 유령수술의 실태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으며, 유령수술 근절을 위해 언론에서 그 실태 및 위험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또한 해당 병원에서 유령수술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의혹에 대해 언론기사나 탐문을 통해 수집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며 적시된 내용이 진실에 부합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자신이 게시판에 적시한 사실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으며, 적어도 자신이 적시한 내용에 대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보험회사 직원이 동료들에게 직장 상사의 비리에 관한 ‘뒷담화’를 했더라도 그 내용을 사실로 믿고 한 것이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3. 5. 9. 선고 2012도15345 판결). 피고인이 고객 보험금 지급 및 환급 과정에서 내부 직원의 비리가 있다는 의심을 가지고 대표이사에게 제보해 특별조사팀이 구성될 예정이었고, 그 무렵 동료 직원들에게 상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동료에게 말한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와 함께 행위자가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 과정에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형법」 제310조에 의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5. 즉, 대법원은 “적시된 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증명이 없어도 행위자가 그 사실을 진실한 것으로 믿었으며, 또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6342 판결 등). 일본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정당한 비판이 위축되지 않도록 명예훼손적 표현이 허위사실이더라도 정당한 근거에 입각한 경우에는 제230 조의2(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의 특례) 규정을 적용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다수의 견해이다[13][14]. 구체적 사건에서 진실성을 오신한 경우에도 그 오인에 상당한 근거가 있는 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 또는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하므로 명예훼손적 표현의 여부는 해당 표현에 대한 사회적 통념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6728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등). 여기서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 사이의 한계를 정할 때에는 그 표현으로 명예가 훼손되는 피해자의 지위, 표현의 내용 등에 따라 심사기준에서 차이를 두어야 한다. 공공적·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사건에 대한 표현의 경우에는 개인에게 표현의 자유를 가급적 넓게 보호하여야 한다. 반면에, 그 표현이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안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보다 명예의 보호라는 인격권이 우선할 것이다(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62494 판결; 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 17237 판결 등).

결국,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것은 공적인 인물이나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명예훼손 관련 실정법을 해석하거나 적용할 때에는 공인(公人)과 사인(私人), 공적인 관심 사안과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사안간에 심사기준의 차이를 두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정보통신망에서의 명예보호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위축효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헌재 1999. 6. 24. 선고 97헌마265; 헌재 2013. 12. 26. 선고 2009헌마747 등).

2. 공공의 이익

이번 사건에서 「정보통신망법」 제70조에서 정한 ‘비방할 목적’은 고의 외에 추가로 요구되는 주관적인 구성요건요소로서 ‘비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비웃고 헐뜯어서 말하는 것을 의미하며, ‘목적’의 사전적 의미는 실현하려고 하는 일이나 나아가는 방향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방할 목적’이란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거나 저해하려는 인식 내지 인용을 넘어 개인의 명예에 대한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의미하는 것이다(헌법재판소 2016. 2. 25. 선고 2013헌바105, 2015 헌바234 병합). 여기서 ‘비방할 목적’은 공익을 위한 것과는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 있어서 상반되는 관계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될 것이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등).

이러한 맥락으로 또 다른 판례에서는 조합원들에게 조합 관리자의 횡령 사실을 알리고 그 책임을 묻기 위해서 조합 관리자가 ‘해먹었다’ 등의 속된 표현을 사용하였고,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유죄사건 판결서 사본에 조합 관리자의 인적 사항과 처벌 전력이 모두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하였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도13404 판결). 그리고 공무원의 권한 남용과 비위 행위 등에 대해 인터넷 신문의 사이트에 기고한 사례에서는 공무원의 비위 행위를 공론화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취지로 글을 작성하였으며, 공무원의 비위행위에 관한 표현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6. 11.선고 2019도16767 판결). 이와 함께 산후조리원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 사람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의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사적인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산후조리원의 관리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평가하였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10392 판결).

반면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강남 패치’ 계정을 운영하며 개인의 실명, 사진 등과 함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유포한 혐의에 대해서 피해자에 대한 허위 내용의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인정하였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 1. 12. 선고 2017노3305 판결). 이렇게 사적 영역에 속하는 여러 사안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개인 신상에 대한 글을 상당 기간에 반복적으로 게시하는 것은 비방의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인터넷을 통한 익명성에 기대어 상대방의 인격을 비하하는 악의적인 공격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란 적시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볼 때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행위자 역시 주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 것이어야 한다. ‘공공의 이익’ 개념이 다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으나, 그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된 사실 자체의 내용과 성질, 당해 사실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 방법 등 표현 자체에 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하고,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었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6도2074 판결). 또한, 명예훼손 피해자가 공무원 등의 공인(公人)인지 아니면 사인(私人)에 불과한 것인지, 그리고 당해 표현이 객관적으로 공공성과 사회성을 지닌 공적인 관심 사안으로서 사회 내에서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14678 판결).

이에 따라 명예훼손 사건에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국가 내지 사회 그 밖에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들 전체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하게 된다(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공적 지위에 있는 자의 행동에 관한 사실은 공공성을 갖는 것에 대해서 큰 이견이 없겠지만, 그 외의 구체적 사례에서는 적시된 사실이 적어도 다수인의 이해에 관계되거나 관심 사안이 될 경우에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15].

실제로 판례에서는 상가건물관리회의 회장이 상가건물관리회의 결산보고를 진행하면서 “이전 상가건물관리회장의 형사재판 결과만을 결산보고서에 간략히 소개하는 형태로 해당 회원들에게 전달한 행위는 상가건물관리회 회장의 공적인 업무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에서 진실을 공표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가건물관리회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내용이어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또한 상가건물관리회의 회장의 이러한 행위는 “주된 동기가 회장 업무집행에 대한 회원의 신뢰를 확보하고 단체의 내부 질서를 바로 잡아 그 회원들의 단합을 도모하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6342 판결). 그리고 대학교의 학과 사이트에 총학생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그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되었더라도 전체 대학생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증진하고 올바른 여론을 형성하는 것과 비교해 전자가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해당 사이트에 작성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0. 3. 2. 선고 2018도15868 판결). 나아가, 최근 대법원에서는 사실적시의 내용이 사 회 일반의 일부 이익에만 관련된 것이라도 다른 일반인과의 공동생활에 관계된 사항이라면 공익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0. 11. 19. 선고 2020도5813 판결).

본 사건에서도 언론기사에 댓글을 남기는 등의 방식으로 공표한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른 경우에도 주요 내용은 사실에 부합하고 있으며, 그런 행위가 다수인을 위한 공공의 이익이 주목적이라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서울고등법원 2020. 9. 11. 선고 2019 노2201 판결). 이른바 ‘유령수술’을 시행한 병원명,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의 수, 보험처리 관계 등에 대해 공표한 일부 내용이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 차이가 있더라도 해당 게시판의 글이 시민의 주요 관심 사안이고, 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판단 한 것이다.

결국, 유령수술에 대한 글을 게시한 사례는 국내에서 유령수술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불법적 의료행위 방지를 위한 올바른 여론 형성이나 정부 대책의 수립을 촉구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큰 유령수술로 인하여 의료계 전반에 대한 사회적 평판이 저해됨에 따라 유령수술과 같은 반사회적 행위를 중단하는 등의 의료계의 자정노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과 사회성을 지닌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 게시판에 적시한 내용이 개인에 관한 사항이더라 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되어 있고, 사회적 관심을 획득한 사건이라면 직접적으로 국가와 사회 일반의 이익 또 는 사회 집단에 관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적용을 배제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Ⅳ. 판결에 따른 법·제도적 시사점

지금까지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사실의 적시와 공공의 이익에 규명함으로써 명예훼손 처벌의 판단기준을 살펴보았다. 재판의 목적은 사건 피해자의 권리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거나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는 것도 포함되므로[16] 본 판결을 통하여 공익사건에서의 명예훼손 처벌의 엄격함과 유령수술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제도적 방안을 재조명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른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금까지 재판 실무에서 허위 여부가 불분명한 사건에 대해서 기계적으로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 훼손죄를 적용하는 것은 유무죄를 떠나 당사자에게 가중처벌의 위험과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 등에서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규제는 제한적이고 명확하게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정보통신망의 보편화와 함께 명예와 체면을 중시하는 전통적 가치관의 영향 등에 더하여 허위의 개념이 갖고 있는 잠정적인 특성으로 개별 사건에서 판단이 모호해져 법률적 갈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16].

현재는 행위자가 진실성에 착오가 있을 경우에 명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불필요한 논쟁을 유발하게 되고, 당사자는 소송 제기를 우려하여 진실성 증명의 실패를 두려워하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공익적 활동에서 적시한 사실이 진실이라고 믿었으나 그 증명에 실패한 경우에 책임을 인정한다면, 공익을 위한 정보의 흐름은 크게 제한되고 일반시민의 알 권리는 위축될 것이 자명하므로 성실하게 진실성에 대한 검토 의무를 이행한 경우에 위법성 조각을 인정해야 한다[17]. 즉, 공익적 활동에서 진실성 증명에 실패한 경우에 ‘증명 가능한 정도’의 진실성을 위법성 조각 사유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입법론적 차원에서 「형법」 제310조에서 허위의 사실을 진실이라고 오인한 경우에는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처벌하지 않음을 추가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스위스 형법에서는 적시된 사실이 진실임을 증명하거나, 진실이라고 정당하게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있음을 증명하는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6.

이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제44조의2(정보의 삭제요청)와 제44조의3(임의의 임시조치) 등을 전면적으로 개정하여 보도, 학술연구, 법적 권리보장, 공공보건 영역의 문제 개선 등과 같이 공익적 활동이나 공적권위로 수행된 활동에 대해서 관련 정보나 콘텐츠의 삭제 및 임시조치를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강화하고 알 권리를 담보해야 한다.

둘째, 2012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되어 의료사고의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를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도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의료사고 처리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고 본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성형수술 등과 같은 의료행위에 대한 피해 사례를 구축하고, 의료 분쟁 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불법적 의료행위와 의료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대해 일원적·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불법적 의료행위와 의료 사고의 연관성을 효율적으로 규명하고, 관련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여 피해자 권리구제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의료법」 개정을 통해 유령수술을 근절함으로써 환자의 안전을 도모하고 선량한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제고해야 한다. 최근 법원은 1년 동안 33회의 유령 수술을 교사한 의료인에 대해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 사기죄를 적용하였으나, 사기죄는 의료법상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그 의료인은 의료법 제66조(자격정지)에 따라 1년의 범위에서 면허 자격정지에 그치는 실정이다. 반면에, 「의료법」 제87조의2(벌칙)에서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자에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무면허 의료행위를 교사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과 비교해 무면허 의료 행위를 한 자에게 상대적으로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유령수술을 교사한 의료인에 대해 실행범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의료법」을 전체적으로 개정하고, 해당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의료법 제65조(면허 취소와 재교부)를 개정하여 중대한 불법적 의료행위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법」 제92조(과태료)에서 수술에 대한 설명 및 동의 규정을 위반하는 경우에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의료기관에서 관련 위반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므로 실효성 있는 제재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행 「의료법」 제24 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에서 수술, 전신마취 등 중요한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수술 등의 필요성, 방법 및 내용뿐만 아니라 수술에 따라 발생이 예상되는 후유증과 부작용,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성명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환자에게 동의를 받은 사항 중 수술의 방법 및 내용, 참여하는 주된 의사 등이 변경된 경우에는 그 변경 사유와 내용을 환자에게 서면으로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법」에서 동의된 사항의 변경 요건, 고지시기 등에 대한 규정이 없어 환자에게 동의를 받은 후 특별한 이유 없이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를 변경하고 수술이 완료된 후 환자에게 고지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수술 방법, 주된 참여 의사 등과 같이 환자를 위한 설명 사항은 수술을 시작하기 전 변경할 경우에는 환자에게 설명한 후 서면 동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수술을 시작한 이후 변경할 경우에는 수술이 종료된 이후 지체 없이 환자에게 서면 고지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본다.

넷째, 유령수술 등의 불법적 의료행위를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한편 의료행위 자체가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을 전제로 하여 의료사고의 개연성이 상존하므로[18]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존재하여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여성 또는 미성년자를 진료할 때 의사, 환자 이외에 제3자를 진료실에 배석시키는 샤프롱(chaperon) 제도를 도입 함으로써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19]. 이러한 맥락에서 수술실 출입구에 CCTV 설치를 우선적으로 이행하면서 수술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과 같은 주요 위험구역에 단계적으로 CCTV를 확대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Ⅴ. 결론

유령수술에 대한 정부 관리는 다른 의료법 위반행위와 비교해 소극적이고, 그 처벌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형외과 의사가 인터넷 게시판에 유령수술을 시행하는 병원명과 함께 수술에 따른 사망자 수, 합의 내용 등을 게시하여「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공소사실의 일부를 허위라고 볼 만한 부분이 있더라도 적시한 사실이 다수 시민의 생명과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어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제기한 판례를 분석함으로써 해당 분야에서의 법률·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안을 제언할 수 있어[20][21] 시사성 높은 판례를 분석하는 것은 유의미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 범죄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적시하면서 일부 내용이 허위로 평가할 수 있더라도 주요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고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의 처벌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하여 유령수술이 지속되는 사회적 실태에 대해 법원이 공익적 차원에서 얼마나 엄중하게 접근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유령수술과 같은 불법적 의료행위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겠다는 사법부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유령수술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유령수술의 피해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 게시판에 작성하여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처음으로 살펴봄으로써 공익적 차원에서 유령수술 공개에 따른 명예훼손에 대한 법·제도적 쟁점과 시사점을 제시했다는데 연구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법원에서 공개한 판결서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만을 분석하였으므로 공익적 차원에서의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과 관련한 다양한 판례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함으로써 관련 사건의 법적 쟁점과 흐름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후속연구에서 실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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